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국제 금융기관들이 15일부터 중국의 은행 간 채권시장(CIBM)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외국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채권 투자 쿼터(한도)제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려면 인민은행에 투자 쿼터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했다. 쿼터제가 폐지됨에 따라 외국 기관투자가는 인민은행에 등록만 하면 한도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한 페이지짜리 시장참여 신청서만 작성하면 스스로 투자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며 “외국 기관이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은 일반 채권과 채권 선물을 비롯한 파생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자산운용회사나 개인에 대한 채권 투자 쿼터제는 유지되지만 이 역시 몇 달 안에 완화될 것이라고 인민은행은 밝혔다.

중국의 은행 간 채권시장 규모는 지난 5월 발행액 기준 35조3000억위안(약 6495조5530억원)으로, 전체 채권시장의 90%를 차지한다. 하루 거래액은 3565억위안 정도다. 그동안 복잡하고 까다로운 승인 절차 탓에 외국 기관투자가의 시장참여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중국이 채권시장 진입 장벽을 없앤 것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자본시장 개방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기 위해 내놓은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IMF는 바스켓 통화의 구성을 5년마다 표결로 결정하는데 올해 말 표결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IMF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중국에 자본시장 개방 등 개혁 수위를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와 함께 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편입되면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자본의 중국 채권시장 진입이 쉬워지면 위안화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며 “이번 조치는 위안화를 IMF 통화 바스켓에 편입해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