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내놓은 ‘민간 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은 민간의 사업 위험을 줄이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의 풍부한 자금을 대거 유치하기 위해서다. 민간투자는 6년 전 신규 민자사업에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이 폐지된 뒤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는 새 방안으로 총 10조원가량의 민간자금이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 바뀌는 민자사업] 민자사업 보장이익 줄이고 손실 클 땐 정부가 분담…10조 유치 기대
○위험 낮추고도 연 5% 수익

이번 대책의 핵심은 위험분담형(BTO-rs)과 손익공유형(BTO-a) 투자 방식이다. 기존 수익형 민자(BTO) 방식을 보완한 것이다. 도로 항만 등에 투자할 때 주로 적용하는 BTO는 민간이 직접 운영하며 요금 결정권을 갖지만 위험 부담도 높다. 연 7~8%대 기대수익에도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다.

새로운 방식은 BTO보다 수익성을 낮추고 위험은 줄였다. BTO-rs(Build Transfer Operate-risk sharing) 방식은 정부가 시설투자비와 운영비용을 민간과 절반씩 분담하고, 이익도 반씩 나누는 구조다. BTO-a(Build Transfer Operate-adjusted)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민간이 먼저 30%까지 떠안고, 그 이상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이익이 발생하면 정부와 민간이 7 대 3의 비중으로 나눈다.

민간 자본은 이처럼 정부의 비용 보전으로 위험을 낮추면서도 연 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전철 철도 사업에 적합한 BTO-rs 방식은 연 5~6%대, 상수관망 등 환경사업에 적합한 BTO-a 방식은 연 4~5%대 수익이 가능하다”며 “중위험 중수익을 선호하는 금융권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새로운 방식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서울시 경전철 등에 우선 적용하기로 관계부처 협의를 마쳤다. 하·폐수처리장 정수장 등을 포함해 전체 7조원에 달하는 민자사업을 민간 제의가 들어오는 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SPC 규제 대폭 푼다

재작년 중반에도 민간투자 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활성화 대책은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없다. 대신 민간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확 풀어주기로 했다.

우선 민간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투자 특수목적회사(SPC)의 BTO 사업 최소 자기자본 비율을 기존 20%에서 15%로 완화하기로 했다. 전체 1조원 규모의 사업이라면 SPC를 주도하는 건설사들은 500억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민자 SPC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편입 부담도 완화한다. 건설사가 SPC 임원 구성 등에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갖추면 지분 30%를 넘기더라도 건설기간에 계열사 편입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민자 SPC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채상환 적립금을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고, 올 12월 돌아오는 각종 용역의 부가가치세 영세율 일몰 조항을 연장할 방침이다.

방 차관은 “기존 재정사업에서도 1조8000억원가량을 민자로 전환하고, 진행 중인 사업의 절차를 단축해 1조3000억원을 조기 집행할 방침”이라며 “7조원 신규 사업을 포함하면 전체 10조원 규모의 투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