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마이스터교육센터에서 도제수업을 받는 청년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업학교와 기업에서 이중교육을 받은 뒤 도제를 거쳐 마이스터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낙훈 기자
자동차마이스터교육센터에서 도제수업을 받는 청년들. 이들 중 상당수는 실업학교와 기업에서 이중교육을 받은 뒤 도제를 거쳐 마이스터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낙훈 기자
[장벽붕괴 25년, 게르만의 비상] 이틀은 학교 사흘은 현장…이중직업교육이 1등 기술 '보증수표'
독일 빌레펠트에 있는 DMG모리세이키에 들어서면 각종 금속을 깎고 자르는 기계들이 자로 잰 듯이 줄지어 서 있다. 공작기계 생산업체지만 공장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거대한 창문이 있어 밖의 나무와 풀들이 잘 보인다.

한국의 공장과 다른 점은 10대 후반의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공작기계 1개 생산라인에서만 수십 명의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중 상당수는 실업계 학교에서 온 학생”이라고 말했다. 주 3일은 이곳에서 일하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공부한다. 독일식 직업교육의 전형인 ‘이중교육시스템(Dual Education System)’이다.

이중교육시스템은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원천이다. 직업학교(또는 실업학교)와 직장에서 이중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기업에 들어가면 곧바로 생산라인에 투입돼 일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나오건 대학을 나오건 직장에서 새로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 제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2세기께부터 이 제도가 생긴 것으로 학계와 업계에선 보고 있다. 토마스 슈뢰더 주한독일대사관 1등 참사관은 “독일에 ‘쓸모 있는 기술은 금광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며 “그 정도로 독일인들은 기술을 중시하는데 이중교육시스템이 바로 이런 기술 습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중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도제와 마이스터를 거치면서 기능 인력의 중추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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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교육시스템을 적용하는 직종은 약 340개다. 산업 상업 건강 농업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 평균 3~4일은 직장에서 일하고 1~2일은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나온 뒤 직업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은 진학 대상 인구의 51%에 이른다. 대개 15~19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약 42%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 제도가 잘 정착된 것은 정부·학교· 경제단체·개별 기업 등 4자 간의 유기적인 협조 덕분이다. 우선 정부는 직업훈련에 따른 연구와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법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직업학교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직업학교는 일반적인 내용과 직업적인 내용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주평균 1.5일 정도 수업을 한다.

경제단체(수공업자연합회나 산업연합회 등)는 교육 내용을 검토하고 모니터링한다. 개별 기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주평균 3.5일 정도 이들을 직접 훈련시킨다. 적절한 임금도 준다.

이들이 훈련을 받는 기업은 다임러나 보쉬 등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영세소기업 등이 4분의 1가량씩 맡는다. 2012년에 나온 독일 직업교육연방연구소(BIBB)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 27.4%, 중견기업 26.6%, 중소기업 25.6%, 영세소기업이 20.3%를 차지했다. 영세소기업을 합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인력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이런 교육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다.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의 김현철 부장은 “전기 엔클로저(보호덮개 및 차폐시설)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리탈은 독일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11개 직업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차 직업교육훈련생에게는 월 700유로, 3년차에겐 약 1100유로를 지급한다.

이 제도가 기업인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지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언스트&영은 외국기업 관리자의 82%가 독일 작업자의 숙련도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중교육시스템은 기업 개인 사회 모두에 득이 되는 제도다. 사회적으로는 실업률을 낮출 수 있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청년실업률을 보면 작년 2분기를 기준으로 OECD 평균이 16.3%, 영국 21.1%, 프랑스 25.5%지만 독일은 7.7%에 불과하다. 쾰른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실제로 직업교육시스템이 독일의 청년실업률을 평균 5%포인트 정도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빌레펠트=김낙훈 기자 /박형근 POSRI 수석연구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