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igh High…'업어온 복덩이'가 SK 기둥으로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최대 이익창출 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정유부문이 업황 부진으로 고전 중이고, 저가 수주 탓에 SK건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경영 성과여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닉스는 구속중인 최태원 SK 회장이 의욕적으로 인수를 주도하고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을 들인 기업이다. 회장 부재 속에 하이닉스의 약진이 이어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인 SK텔레콤도 이날 예상치를 충족시키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화재에도 사상최대 실적

SK하이닉스 High High…'업어온 복덩이'가 SK 기둥으로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4%, 전년 동기에 비해 69%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업계 최고 수준인 29%를 달성했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2월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메모리 업계의 ‘30년 치킨게임’이 끝나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덕분이다. 모바일 업계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쏟아내 수요도 탄탄했다. 특히 지난 9월 중국 우시 공장의 화재 사고는 D램 값 폭등을 촉발시켰다. SK하이닉스는 “D램 값이 올랐고,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수요 증가로 출하량이 늘었다”고 3분기 실적 호조 이유를 설명했다. 3분기 D램 평균 판매가는 전 분기 대비 5% 상승했으나, 출하량은 화재 여파로 2% 감소했다. 낸드는 평균 판매가는 6% 하락했지만, 출하량은 11% 늘었다. 그룹 관계자는 “석유와 통신에 이어 반도체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적중했다”며 “내수에 치우쳤던 그룹의 사업 구조에 제조기반의 수출이 더해져 그룹의 모양새가 더욱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D램 재고가 모두 소진됐고, 우시 공장 정상 가동은 일러야 다음달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4분기엔 실적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부터 청주 공장에 있던 일부 낸드 생산장비를 이천으로 옮겨 D램을 만들고 있지만 정상적인 생산량엔 미치지 못한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우시 공장은 화재 피해를 입은 공기정화 시설과 클린룸 복구를 완공하고 가동을 재개해 수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4분기 D램 출하량은 10%대 초반가량 줄고, 낸드는 재고 판매를 포함해 15% 정도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화재 피해 여파로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텔레콤 ‘선방’, 석유사업은 ‘고전‘

지난해 3분기 보조금 대란으로 영업이익이 2926억원에 그쳤던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엔 88.4% 증가한 55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분기 순이익도 50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6.0% 급증했다. 순이익 증가는 자회사 하이닉스가 최대 실적을 올려 지분법 평가이익이 전 분기보다 262억원 많은 2231억원에 달했고, 자회사 로엔 매각으로 1719억원의 이익이 생긴 덕분이다. 이용요금이 비교적 비싼 LTE 가입자도 9월 말 기준 약 1227만명을 기록해 전체 가입자의 45%를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가입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줄였고 착한기변 등 장기 가입자 혜택을 강화해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룹 매출의 60%를 책임지는 SK이노베이션은 실적 회복세가 더디다.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줄어든 3826억원에 그쳤다. 정유사업 영업이익은 수요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로 133억원에 불과해 비중이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규사업인 배터리와 전자정보사업은 아직 적자다.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오는 12월 SK건설 유상증자에 2035억원 규모로 참여하는 것도 부담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SK는 수익성이 좋은 발전사업과 반도체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박해영/김현석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