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한국] 법인세·임금·땅값도 높아…외국기업 투자 '주춤'
기업의 투자심리는 강물과도 같다. 규제가 덜하고 세금 등 기업 경영에 우호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쪽으로 몰리는 게 기업의 생리다. 그렇다면 외국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기업 환경은 어떤 수준일까.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FDI는 국내에 들어오는 최소 1억원 이상의 외국인(외국기업) 투자 금액을 총집계한 것이다. 크게 기업 인수합병(M&A) 등 지분 투자와 직접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형 투자로 나뉜다.

한국에 대한 FDI 금액은 2000년 초반부터 매년 100억달러 이상(신고금액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을 보더라도 2009년 114억8400만달러, 2010년 130억7100만달러, 2011년 136억7300만달러, 2012년 162억8600만달러로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도 79억9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가량 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등 투자환경이 안정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게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신고금액이 아닌 도착 기준(실제 투자금액)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2009년 도착 기준 FDI는 67억5500만달러로 신고금액의 58%에 불과했다. 2008년에 비해선 19.5% 감소했다. 2010년에도 도착 기준 FDI는 54억1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8% 줄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이 금액이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 도착 기준 FDI는 44억1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3% 감소했다.

특히 전체 FDI에서 실질적인 투자·고용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형 투자가 줄어드는 게 문제다. 지난해 48억2000만달러로 전체 FDI의 68.2%였던 그린필드 투자는 올 상반기 23억1400만달러로 전체의 52.4%로 비중이 크게 줄었다. 외국인(외국기업)이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실제 공장 신설 등은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는 기업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기업 투자의 가장 큰 유인책인 법인세도 경쟁국보다 높은 편이고, 지가·임금 등 경쟁력도 월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상임금 문제, 화학 관련 규제가 자꾸 늘면서 외국기업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TRA가 매년 외국기업들로부터 접수하는 고충처리 결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작년 1년간 외국기업이 가장 큰 투자·경영의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투자 인센티브’로 전체의 13.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복잡한 인증·검사’(12.1%·43건), ‘투자 제도 및 절차’(11.2%·39건), ‘조세·세무’(11.2%·39건) 등의 순이었다. KOTRA 관계자는 “올 들어 신규 규제나 세무조사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외국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