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회복 신호…한국수출주 더 오른다"
“한국처럼 경제 체력이 튼튼한 나라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의 러스 코에스테리치 최고투자전략가(CIS)가 한국 증권시장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 11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미디어 포럼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5년 전과 다르다”며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안정세로 돌아선 만큼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 전략 시기와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어떻게 전망하나.

“완만한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200억달러 정도 줄일 듯하다. 이 규모라면 글로벌 자본시장 유동성 측면에서 별다른 위협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미국은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고용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2012년과 비교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주택시장도 살얼음판이다. 출구 전략을 잘못 써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대 이상이 되면 미국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 위험 요인을 잘 알고 있는 Fed가 서둘러 출구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관련해선 9월설과 11월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가 나쁘게 나온 것을 감안하면 11월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이미 신흥국에서 돈이 어느 정도 빠져나오고 있다. 무역 적자가 크고 자본시장의 대외의존도가 심한 나라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다. 그러나 타격이 예상되는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다른 나라들은 일시적인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에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

“다른 신흥국 시장과는 다르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도 우수하다. 주식 가격도 상당히 싼 편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미국 양적완화로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것도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블랙록 고객들에게도 한국 주식을 권하고 있다. 예전에는 경기 영향이 적은 방어주를 많이 추천했는데 요즘은 수출주를 밀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와 관련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미 5월부터 나온 이슈인 만큼 증시에 다 반영된 상태다.”

▷인도 등 일부 신흥국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도는 자금 수급이 아닌 구조적인 결함을 해결해야 한다. 정치 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만큼 올해 안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년 선거가 끝난 뒤 내놓는 정책의 방향을 봐야 향방을 점칠 수 있을 것 같다.”

▷유럽 경기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의 상황에 의문을 품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포르투갈의 경기가 2분기부터 대폭 개선됐다. 스페인 그리스도 예산이 늘어나는 등 재정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앞으로 유럽이 더 개선될지 여부는 고용시장과 은행 부문에 달려 있다. 장기적으로 유럽이 회복하고 있는 건 맞지만 매우 길고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블랙록은 투자자들에게 유럽 투자 비중을 조금 늘리는 것은 괜찮다고 보고 있지만 다른 시장 자금을 끌어올 만큼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가시지 않았다.

“중국의 수출, 제조 등 대부분의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안정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개선이 개별 주식의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금융시장이 폐쇄적인 만큼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하기 힘들다. 금융 관련 규제를 풀고 투명성을 제고하면 지금보다 많은 자금이 중국으로 몰릴 것이다.”

▷외환시장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만큼 달러화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반면 중앙은행이 대놓고 돈을 찍고 있는 일본의 엔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홍콩=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