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복지 좀 먹는 보험사기] '벌금형'이 절반 넘어…'보험사기죄' 신설 필요
보험사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험사기를 직접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는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는 데다 보험사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에서는 보험사기를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다. 사기죄 요건을 충족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험업법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 보험계약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보험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벌금형 선고 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51.1%다. 일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 비율(27.1%)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하지만 보험사기범의 징역형 선고 비율은(22.6%)은 일반사기범(45.2%)의 절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일반사기와 구별해 보험사기가 갖는 특성에 맞는 형벌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기 금액이 크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고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다른 범죄보다 어렵다. 또 사기죄에는 예비·음모 규정이 없다. 보험금을 받기 전 보험사기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사기는 사기라는 행위 이전에 보험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별도의 범죄행위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기죄의 또 다른 유형으로 보험사기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해 일부 국회의원이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제정, 형법과 보험업법 개정 등을 통해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보험사기 처벌 규정과 보험 유관기관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의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한 보험사기에 관한 부분을 보험업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법 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신의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이 형법상 사기죄와 겹치고 판사의 재량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 제기로 인해 국회 통과에 어려움이 많다”며 “경각심을 높이고 건전한 보험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사기죄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