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에 빠진 원자재시장에서 주요 품목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 가격은 작년 연말 대비 22% 가까이 내려 하락 폭이 주요 원자재 중 가장 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와 시장정보업체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국제원자재가격(CRB) 지수는 16일 기준 283.73포인트로 작년 연말과 비교하면 3.97%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이후 일주일 만에 2.67% 내렸다.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19개 품목으로 구성된 CRB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세계 경기 회복 기대 등으로 지난달에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금을 비롯한 주요 상품 가격이 동반 급락하고 있다.

런던귀금속시장(LBM)에서 금 현물 가격은 16일 기준 온스당 1,390.31 달러로 연초 대비 16.37% 하락했다.

최근 1주일간은 12.42% 하락했다.

최근 급락으로 시장에 충격을 전한 금보다 은 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컸다.

금값 하락이 은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장에서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23.47 달러까지 떨어졌다.

작년 말 대비 21.64%, 1주일 전 대비 13.87% 급락했다.

그 외 주요 원자재 가격도 줄줄이 하락세다.

작년 말과 비교해 밀 가격이 12.92% 하락해 은과 금 다음으로 많이 내렸다.

설탕(-9.48%), 구리(-8.10%), 니켈(-8.03%), 옥수수(-3.38%), 서부텍사스산원유(-3.38%) 커피(-3.01%)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은 특히 최근 들어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

원자재 가격 폭락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이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으로 자금이 몰려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달러화 강세 기조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신흥국 증시와 원자재 시장은 부진에 빠져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자금이 집중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난다"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흥국이 선진국 대비 성장이 부진한 것도 이유"라며 "선진국의 원자재 수요가 일정하다고 볼 때 신흥국 수요가 늘어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데 신흥국 경제가 침체해 원자재 가격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