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했다. 시장은 ‘예상대로’라는 반응이지만 투자·소비 위축이 심각하고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 추세를 감안하면 한은의 대응이 다소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일 연속 하락해 107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다음달 인하 가능성 고조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지난 7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미약한 수준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장기화와 세계 경제의 성장세 회복 지연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었다. 내수에서 10월 소비와 건설, 설비투자는 감소한 반면 11월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경제지표들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긍정적 신호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 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금리 결정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초에는 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한은이 다음달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3.2%)를 내리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소폭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5일째 하락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전날보다 4원 떨어진 1071원까지 하락하며 1070원 선에 육박했다. 외환당국의 추가적 외환시장 규제에 대한 우려로 낙폭을 줄이면서 1073원에 마감하긴 했지만 지난해 9월7일(1071원80전) 이후 최저치다. 최근 5일간 10원이나 빠질 정도로 하락세가 가파르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환전용 달러 매물이 환율을 끌어내린 직접적 원인이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도 영향을 끼쳤다. Fed는 3차 양적완화를 확대, 내년 1월부터 매달 450억달러의 국채를 추가 매입키로 했다. 결국 미국에서 풀린 돈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인한 국내 자금 유입을 어느 정도 제한하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동향연구팀장도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 둔화 추세를 감안해도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