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맥 총동원 '맨투맨'식 유치활동

매머드급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의 한국 유치 활동은 정부유치단과 민간유치위원회가 중심이 돼 '투트랙'으로 전개됐다.

일선에서의 공식적인 유치 작업은 정부가 맡되 민간유치위가 활동의 방향을 정하고 자문 활동을 수행하면서 뒤를 받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됐다.

GCF 유치에 성공하자 정부유치단의 공적이 크게 부각됐지만 민간유치위의 측면지원이 없었다면 독일 본과의 숨 막히는 경쟁에서 '막판 뒤집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민간유치위의 중심에는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이 있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 회장은 민간유치위의 위원장을 맡아 출범 이후 지난 6개월간 국내외에서 숨 가쁜 유치 활동을 전개했다.

해외 국빈행사 참석과 주한 대사들과의 면담이 잦은 무역협회장 신분을 십분 활용해 GCF 이사국 관계자와의 '맨투맨'식 유치 활동이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민간유치위 출범 뒤 부동표로 분류되던 엘살바도르의 마리오 에르난데즈 경제부 차관,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등 독일과 가까운 유럽 고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한 회장은 특히 국제기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의 지지를 가져오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마이클 프로만 백악관 차석보좌관, 다니엘 러셀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라엘 브레이너드 국제담당 재무차관, 커트 캠벨 국무부 동사이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하루 간격으로 만나 유세 활동을 펼쳤다.

이 중 브레이너드 재무차관과 커트 캠벨 차관보에게는 별도로 서한까지 발송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썼다.

한 회장은 이번 유치 활동 과정에서 통상교섭본부장,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주미 대사 등 공직에 있으면서 쌓은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협 관계자는 "협회 일로 해외출장을 갈 때에도 GCF 이사국 또는 대리 이사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협회 일정과 별도로 GCF 관련 일정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국가이미지가 그 나라 상품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GCF 유치로 국가브랜드·기업인지도가 상승함에 따라 직간접적인 수출증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