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또 다른 시작인 결혼은 생명 탄생의 순간처럼 아주 중요한 시기다. 기대와 설렘에 이것저것 계획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재테크란 사실을 흔히 까먹는다. 재테크는 투자기술이다. 기본적으로 여유 자금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발한 금융상품이지만, 최근엔 투자성격을 많이 가미했다. 신혼부부들이 활용할 만한 ‘보험 투자법’을 소개한다.

◆5개 주머니, 신혼 때부터 준비해야

누구나 재테크에 성공하길 꿈꾸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자금의 목적과 시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위험과 수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재무설계 분야에선 더욱 중요한 개념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주택마련 자녀교육 위험대비 노후 비상자금 등 대략 5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이들 문제는 발생 시차가 달라 각각 별도의 주머니에 나눠 준비해야 한다. 신혼부부 재테크의 시작은 이 5개의 주머니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각각의 주머니가 처음엔 작더라도 눈 뭉치를 굴리듯이 쉬지 않고 천천히 채워 나가야 한다. 주머니가 서로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집 마련을 서둘러선 안 된다.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하면 금리상승과 집값하락 위험에 금세 노출된다. 대출은 주택구입자금의 30%로 제한하는 게 좋다. 매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도 가계 연소득의 30% 이내가 적당하다. 주택마련까지는 보통 7년 이상 준비기간이 걸린다. 은행권이 판매하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월 불입금에 따라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좀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장기주택마련펀드도 추천할 만하다.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꿈꾼다면 변액유니버셜보험이 좋다. 펀드 변경을 통해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추가 납입 제도가 있어 관리하기 편하다. 급전이 필요하면 중도에 찾아쓸 수 있다. 10년 이상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다. 연금 전환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일 경우엔 교육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변액유니버셜보험에 적절히 나눠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자녀교육 자금은 대략 15~20년 후를 감안해야 한다. 긴 안목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장기 적립식펀드나 어린이 변액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종신보험 보험금은 연소득 5배 적당

신혼부부의 가장 큰 위험은 가장의 조기 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의 사망 대비가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뒤로 미뤄두기 쉽다. 하지만 가장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 배우자와 자녀는 큰 경제적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종신보험이다. 사망 원인과 시기에 관계없이 보장하기 때문에 가정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종신보험은 노후에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종신보험의 보험금 규모는 연소득의 5배 정도가 적당하다. 이 보험료가 부담스러우면 정기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유가 있다면 가장의 종신보험 외에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위험 보장도 별도로 준비하자.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보장성 보험료는 월소득의 10% 수준이 적당하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구조가 일반적인 노후준비 대책이다. 국민연금은 최소한의 노후보장을, 퇴직연금은 기본적인 생활을, 개인연금은 좀더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노후준비를 위한 대표 상품은 연금보험이다. 세제혜택 여부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세제적격연금보험(연금저축)과 소득공제 혜택은 없지만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세제비적격 연금보험(일반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저축은 취급회사에 따라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펀드(증권), 연금저축보험(보험)으로 불린다. 모두 납입금의 100%, 연간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400만원씩 납부할 때 매년 26만4000원에서 최고 167만2000원까지 절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세표준에 따라 6.6~41.8%의 소득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일반연금보험은 공시이율형 연금보험과 변액연금보험이 있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의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연 1~2%포인트 높은 편이다. 안정적인 연금 수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변액연금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수익률 하락 위험도 있다. 운용실적이 좋을수록 더 많은 연금을 챙길 수 있다. 실적이 좋지 않아도 연금 개시 시점에 원금의 100%를 보장해 준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거나 투자손실이 있어도 만회할 시간이 있는 신혼부부와 같은 젊은 고객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보험 깨지 않으려면 비상자금 준비

비상 예비자금을 적절히 준비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상자금은 생활비 등 소비를 위해 준비하는 게 아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소득이 중단되거나 목돈이 들어갈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지면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할 수 있다. 이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마이너스 통장을 쓴다면 재무설계 전체를 혼동에 빠뜨릴 수도 있다.

적정한 유동성을 확보해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게 비상자금이다. 비상자금은 입·출금이 자유롭고 단기간 예치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증권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은행의 머니마켓펀드(MMF)가 괜찮다. 비상자금은 직장인의 경우 월소득의 3배, 개인사업자라면 6배 정도가 적당하다.

결혼기념일마다 제주도나 하와이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그 날이 다가오면 주거비, 자녀 교육비 등으로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이 비상자금은 별도로 자금 목표와 기간을 정해 소액이라도 꾸준히 준비하는 게 좋다.

재무설계를 할 땐 최소 2명 이상의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듣는 게 중요하다. 자산관리, 위험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크로스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출발인 신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아홉 살 때 눈을 단단히 뭉쳐 땅에 굴리다 마당 끝에 이르자 이웃집으로 계속 밀고 나갔다고 한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큰 눈뭉치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작지만 일찍 시작하고 또 오랫동안 굴리면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혼부부 재테크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윤상돈 <광화문노블리에센터 웰스매니저(WM) alltoo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