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문자 무료 서비스"] 애플, 막강 파워로 공짜 통화·문자 공세…영역확장 끝이 없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 지난 2월13일,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통신업계 수장들이 따로 자리를 만들어 모였다. 한국의 SK텔레콤 KT를 비롯해 보다폰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 글로벌 통신업체 20여개사의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항하는 글로벌 앱스토어'왁(WAC)'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출범시킨다는 데 전격 합의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를 다녀온 통신업체 관계자는 "보통 이런 자리에 오면 갑론을박 설전이 오가게 마련인데 이번엔 유달리 신속하게 합의를 봤다"며 "통신시장의 환경변화에 업체들이 짙은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잡스 "문자 무료 서비스"] 애플, 막강 파워로 공짜 통화·문자 공세…영역확장 끝이 없다

◆빠르게 잠식당하는 통신업 기반

지난달 10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터넷 전화 업체 스카이프를 8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MS의 36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 합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경쟁력으로 MS가 '무료 통화'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MS의 이런 결정은 통신사들의 핵심적인 수익원인 음성통화가 스마트폰 시대에는 더 이상 주요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운영체제(OS)를 만드는 MS가 자체 OS에 무료 통화 기능을 넣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S의 이런 결정이 있기 전부터 무료 전화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아이폰용 앱으로 출시된 무료 통화 앱 바이버(Viber)는 전 세계에서 13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마이피플이라는 스마트폰 주소록 기반 메신저를 출시하면서 무료 인터넷 전화 기능을 넣은 뒤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는 이런 상황에서 통신업계에 돌출된 악재다. 통신사들은 이제 무료 전화에 이어 무료 메시지까지 OS 단계에서 결정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국내에선 요금 인하 압박까지

국내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카오가 지난해 3월 말 선보인 카카오톡이라는 스마트폰용 메신저 서비스는 1년2개월 만에 사용자 1500만명을 돌파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스마트폰이든 카카오톡만 되면 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제조사,이통사에 상관없이 이 서비스 하나면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사진을 주고받고 집단 채팅까지 하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뒤늦게 올레톡(KT),보이스톡(SK텔레콤),와글(LG유플러스) 등 유사한 메신저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지만 이미 카카오톡이 시장을 점령한 뒤여서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비통신업체들이 통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통신업계는 적절한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사 서비스는 벤처회사들이 만드는 것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통신망 투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본격화로 데이터 통신량이 급증하면 대규모 설비 투자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에도 브로드밴드에 투자했지만 결국 산업 성장의 과실은 NHN과 같은 인터넷업체들이 다 가져갔다"며 "모바일 시대에도 기껏 망 투자를 해놓고 혜택은 벤처기업들이나 외국회사들이 다 가져가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연초부터 계속 제기되고 있는 요금 인하 압박은 통신사들의 처지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가장 먼저 요금 인하 방안을 마련한 SK텔레콤은 기본료 1000원 인하 등으로 인해 연 75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유사한 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해야 할 입장이다.

임원기/샌프란시스코=조귀동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