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만들어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제1조는 한 나라에 제공하는 시장개방 내용(양허)을 다른 모든 회원국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최혜국 대우(MFN) 원칙은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이다. △실질적으로 모든 무역을 대상으로 하고 △관세 및 기타 제한을 원칙적으로 10년 내에 철폐하고 △협정 체결 전보다 관세 등의 제한이 더 후퇴해서는 안 되는 등의 요건을 갖추면 FTA를 체결할 수 있다. 특정 국가 간에 배타적인 무역 특혜를 부여하는 것으로 가장 느슨한 형태의 지역경제 통합이다.

1995년 이후 FTA 체결 건수는 연평균 12건에 달하고 있다. FTA 체결국 간 무역 비중은 세계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용도 확대 발전하는 추세다. 전통적인 FTA는 상품 분야의 무역 자유화 또는 관세 인하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범위가 확대돼 서비스와 투자 자유화까지 포괄한다. 비준 절차를 남기고 있는 한 · 미 FTA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999년 처음으로 칠레와 FTA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 16개국과 FTA를 발효시킨 상태다.

인도와 맺은 협정의 정식 명칭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다. 하지만 CEPA는 이름만 다를 뿐 FTA와 동일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FTA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CEP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협정을 체결하는 두 나라 중 한 쪽의 규모가 다른 쪽에 비해 많이 기울 때도 CEPA라고 많이 쓴다.

중국과 대만이 최근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은 FTA와 성격이 다르다. 협상을 위한 큰 틀만 먼저 정해 놓은 다음 세부적인 논의는 추후에 하는 색다른 방식을 갖고 있다. 가능한 부문부터 우선적으로 관세 철폐를 시작하는 '조기수확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FTA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협상을 모두 끝낸 다음 협정문에 최종 서명을 한다. 최근 한 · 미 간에 불거지고 있는 자동차나 쇠고기 개방 논란처럼 나중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FTA가 ECFA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