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이사회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취소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31일 긴급 간담회를 갖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명동 본점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사진)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한 임시 주총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사외이사 9명과 사내이사 2명(강 행장,김중회 지주 사장) 등 이사 11명이 모두 참석한다.

◆긴급 이사회 소집 배경은

이날 간담회는 조담 이사회 의장이 소집했다. 조 의장은 "KB금융과 관련된 각종 현안을 놓고 포괄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간담회를 소집했다"며 "다른 사외이사들과 사내이사들에게 지난 28일 간담회 개최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의장은 임시 주총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장 역시 간담회 소집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긴급 간담회가 열리기까지 금융당국의 '외압'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강 행장의 회장 내정을 탐탁하지 않게 여겼던 금융당국이 임시 주총을 취소하라는 사인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사외이사나 강 행장에 부정적인 사외이사들을 통해 간담회 소집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KB금융 관계자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제안해 간담회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시 주주총회 취소되나

간담회에서 임시 주총을 취소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취소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임시 주총 취소를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주총 취소를 결정함과 동시에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강 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이사회 결정도 취소되는 셈이다.

회장 선임 절차가 다시 진행될 경우 그 시점은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사외이사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선임 절차와 방식도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하거나 공모를 통한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며 "선임 시기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시 주총이 취소되고 회장 선임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될 경우 관심의 초점은 강 행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로 모아진다. 강 행장은 회장 후보에 재응모할지와 아예 후보로 나서지 않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0월30일까지가 임기인 국민은행장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사회가 금융당국과 격돌하는 것을 감수하고 임시 주총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주총을 취소하면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자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주총 취소에 반대하는 이사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이 예정대로 열리면 강 행장이 회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KB금융 지분을 보유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강 행장의 회장 선임에 잇따라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KB금융 올스톱

회장 인선을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지주와 국민은행의 인사가 올스톱됐다. KB지주와 국민은행은 연말에 예정했던 인사에 대해 '폭과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내에서는 당초 강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당초 이달 안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국민은행 부행장 및 본부장에 대한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에야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원 인사가 지연되면서 국민은행 본부장과 주요 부서장,일반 직원들에 대한 인사도 순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작년의 경우 본부장은 12월30일,지점장과 본점 부장 등 부서장은 올해 1월2일,팀장과 승진 인사는 1월8일,일반 직원은 1월20일 인사가 끝났다. 만약 임시 주총이 취소되고 회장 선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경우 인사는 3월 정기 주총이 끝난 뒤에야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