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한때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산하 최대 노조이자 건설업계 최대 강성노조로 유명했다. 1988년 설립 후 건설부문 노동운동을 주도했을 정도다. 하지만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 여부를 두고 노동계가 들썩이는 요즘은 잠잠하기만 하다. 이미 2005년부터 사실상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대림산업은 사측이 먼저 해결책을 내놓고 노측도 협상을 통해 수용하는 등 노사가 함께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임자 문제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림산업 사측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세 번째 시행유예가 결정되기 전인 2005년 '2007년부터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노조와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교섭에서 다뤄졌던 임금 인상분 외에 0.5%의 추가 인상을 제안했다. 당시 해외사업의 손실충당금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에 시달리던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의외의 제안이었다.

사측의 제안은 직원들의 임금을 추가로 올려주면 근로자들이 이를 조합비에 보태고 결국 전임자들의 임금을 근로자들이 주는 형식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회사 측은 "정부의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시행 방침이 미뤄질 가능성은 있지만 언젠가는 시행돼야 할 문제이므로 이참에 이를 도입하자"고 노조를 설득했다. 특히 최고경영진이 나서 직접 노조를 설득했다. 사측은 이와 별도로 전임자들이 노조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무실 등 업무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약속도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조합비를 활동 재원으로 삼아 독립성과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했다.

전임자 임금 지급 방식이 바뀌자 노조의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합원들이 임금 지급 주체가 되다 보니 전임자들도 근로자들의 의견을 새겨듣지 않을 수 없었다. 조합원들이 원치 않는 상급단체의 투쟁지침에 무조건 따를 수도 없었다. 2006년 3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대림산업에 "5월 말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교섭권을 연맹에 위임하라"는 공문을 보내자 대림산업 노조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했고,결국 노조는 5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건설산업연맹을 탈퇴하며 민주노총과 결별했다.

당시 노조 관계자는 "상급노조 지침이 노사교섭에 걸림돌이 된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교섭권까지 넘기라는 얘기가 나오자 조합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찬성률은 80%를 웃돌았다. 한 달 뒤에는 계열사인 고려개발과 삼호 노조도 민주노총과 결별했다. 이어 12월부터는 아예 전임자를 없애고 과장급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노사협의회를 구성,사측과 협의에 나서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