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가부담 덜어줄 제도지원 필요"

정부가 17일 확정한 온실가스 4% 감축안을 확정지으며 건물 등 비산업분야 위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건설사들이 개발중인 친환경 건축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다양한 아파트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개발ㆍ적용해왔고 일부분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르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절감 부문에서는 최근 정부가 주거용 건축물에 대해 2025년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목표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2012년 현수준 대비 30%, 2017년에는 60%를 감축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친환경 건축기술 개발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이용률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히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림산업은 작년 울산에 분양한 `유곡 e-편한세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분양된 모든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를 국토해양부 표준주택 대비 냉ㆍ난방 에너지를 30~40%가량 절감 가능한 `에너지 초절약형'으로 시공해오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내년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 비율을 50%로 높이는 한편 1㎡당 연간 3ℓ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온전히 할 수 있다는 개념의 `에코 3ℓ 하우스'를 개발해 2012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이 거의 없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주거용 건축물인 `그린 프리미엄'을 개발중이다.

그 첫단계로 이달 중 분양 예정인 청라 푸르지오를 표준주택 대비 에너지 30% 절감형으로 시공하는 한편 에너지 절감률을 2011년 50%, 2014년 70% 등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2020년에는 `제로 에너지' 단계를 실현, 온실가스 배출량도 `제로화'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내년 5월 입주예정인 `래미안동천' 아파트을 비롯해 최근 시공중인 아파트의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대비 30% 줄였고 최근에는 68가지 에너지 자급자족과 온실가스 배출 0%를 실현한 친환경 시범주택 `그린 투모로우'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2013년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100% 줄일 계획인데 냉난방 에너지는 아파트 전체 연간 에너지 소비의 50%를 차지하므로 이 목표가 실현되면 전체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절반으로 줄게 된다.

현대건설도 작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을 `힐스테이트' 일부 단지에 적용해오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단열기능이 대폭 개선된 창호시스템을 도입, 2012년까지 냉난방 에너지 절감률 50%, 전체 에너지 사용량 절감률은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GS건설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상용화를 목표로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택문화관 `자이갤러리'에 `그린스마트자이' 홍보관을 열었다.

건설사들은 이처럼 기술개발은 물론 상용화까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있지만 시공비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원가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60% 감축한 `패시브 하우스' 수준의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시공비가 30%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이 공개한 그린 투모로우의 경우에는 3.3㎡당 시공비가 일반 주택의 2배가량인 1천만~1천500만원이었다.

기술이 집약된 시범주택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단가를 최대한 낮춘다고 해도 시공비 상승과 그에 따른 분양가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종별로 세부적인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제시돼야겠지만 친환경 건축에 업계의 관심과 역량이 집중된 만큼 목표 달성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원가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제도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