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공동 저자인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가 후속작으로 지난 20일 출간한 '슈퍼 괴짜경제학(Super Freakonomics · 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경제학적으로 풀이한 이 책을 놓고 지난해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UC버클리의 브래드 드롱 등 정상급 경제학자들이 자신들의 블로그에서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도 들고 일어났으며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논쟁에 가담했다. 구글에 검색어로 '슈퍼 괴짜경제학'을 입력할 경우 28일 현재 인터넷 게시물은 무려 153만건,블로그 포스팅은 20만6000건에 각각 달한다.

레빗과 더브너가 '앨 고어와 피나투보 화산의 공통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해 "손을 씻으면 간단히 예방되는 병을 방치하다가 결국 의사만 찾고 있는 격"이라며 비판한 게 논쟁의 불씨였다. 이들은 화석연료 소비로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상식'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값비싼 정책 대신 지구 대기 성층권에 빛을 잘 반사시키는 이산화황을 뿌리는 기구를 설치,태양광을 반사시키는 값싼 '지오(GEO · 지구)엔지니어링' 등의 대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맨 처음 목소리를 높인 것은 환경학자와 운동가들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선임 연구원인 조 롬은 자신의 블로그에 슈퍼 괴짜경제학 내용을 스캔한 PDF 파일을 올리면서 동지들을 모았다. 예일대 환경대학원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환경360'은 '이산화탄소는 진짜 악당이 아니다'는 주장을 했다고 소개된 대기학자 켄 칼데이라를 인터뷰해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 이산화탄소인데 어디서 내 논문을 인용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얻어냈다.

경제학자들도 비판에 합류했다. 크루그먼은 "1970년대 극소수의 학자들만이 주장한 학설을 진실인 양 호도하고 있다"며 레빗과 더브너를 비판했다. 또 나중에 온실가스를 어떻게든 처리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전통적인 경제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롱은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수상쩍은 기술을 대안이랍시고 내놓은 것부터가 문제"라며 "두 사람은 전혀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WP 기자 에즈라 클라인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슈퍼 괴짜경제학의 내용은 실제 파란색인 태양광 발전판이 검은색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며 "재미를 위해 정확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27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바보들이 기후학자들을 상대로 도전하고 있다"며 "싸고 간단한 해결책이 가능했다면 온난화 문제는 진작 해결됐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WSJ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슨은 28일 기고한 칼럼에서 "그들은 저술 과정에서 온난화 현상에 대해 다양한 입장의 연구자들을 만나며 주의 깊게 균형을 맞춰왔다"면서 옹호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