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안개,비,먼지,화염,연기는 물론 방수막,위장막 등의 장애물도 통과해 물체의 형상을 파악할 수 있는 신개념 검색 카메라가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방위산업체 삼성탈레스(대표 김인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밀리미터파 카메라 'MIRAE'(Millimeter-wave Imaging Radiometer Equipment) 시제품을 만들어냈다고 19일 밝혔다.

밀리미터파는 휴대폰 등 전자통신에 흔히 사용되는 마이크로파의 일종으로 주파수대는 30~300㎓이며 파장의 길이는 1~10㎜ 정도인 전자기파다.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에 비해 구름,안개,비,먼지나 화염에 의한 전파 손실이 적고 마이크로파보다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밀리미터파 카메라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물체에서 발산되는 복사 에너지의 일종인 열잡음을 감지한 뒤 이를 증폭,영상화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특히 금속성 물체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 현재 미국에서는 군사용 또는 공항 내 검색장비로의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다.

회사 측은 자동차 앞에서 불을 내고 짙은 연기를 발생시켜 자동차가 육안은 물론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MIRAE를 통해 자동차의 형상을 뚜렷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체를 천이나 위장막 등으로 가려놓아도 위장막이 없을 때와 동일한 정도로 형상 확인이 가능하다. 개발책임자인 정민규 박사는 "사람은 20m,자동차의 경우 100m,탱크는 300m 밖에서도 감지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유해 논란도 없다. 레이더나 엑스레이 검색장비처럼 물체에 전자파를 쏜 뒤 반사되는 파장으로 물체를 식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물체가 갖는 고유의 파장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옷 안에 있는 권총이나 무기 등 각종 금속물체까지 감지해 낼 수 있지만 속옷이나 신체 윤곽을 파악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탈레스는 밀리시스와 서울스탠다드,한국전자통신연구원,광주과학기술원과 함께 2006년 9월부터 연구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22억8000만원을 투입했다.

삼성탈레스 측은 MIRAE가 악천후 상황에서의 무인로봇 센서,철책선 감시장비를 비롯해 상공에서의 탱크 식별,위장막으로 은폐된 군사시설 탐지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화재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지하철 역사나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나 연기로 가려진 장애물을 관측하는 데도 이용될 전망이다.

삼성탈레스 측은 향후 2년여의 상용화 연구를 통해 2012년부터는 공항이나 주요 시설의 출입 검색대 등에서 의복 안에 숨긴 무기나 폭발물을 탐지하는 데 MIRAE를 적용할 계획이다. 강운규 삼성탈레스 상무는 "2012년부터 5년간 약 4700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4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