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대규모 해고와 함께 임금 및 각종 복지 혜택을 줄였던 미국 대기업들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임금을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업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땅에 떨어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체인 AMD는 지난 1월 1100명을 해고하면서 직급별로 최대 20% 삭감한 임금을 12월부터 정상화하기로 하고 이 같은 방침을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통보했다. 이 회사 더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메일에서 "임금 정상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비즈니스가 완전 정상화되지는 않은 만큼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하는 등 비용 절감에 계속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도 7개월 전부터 시행한 임금 삭감 조치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부사장급 이상 임원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10% 임금 삭감을 원상 복귀할 방침이다. 또 임직원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임금 인상을 허용하고 내년 1월부터는 퇴직설계 지원도 재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 세계 6만여명의 근로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작년 가을 도입한 여행 및 교육 분야의 비용 절감 방안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케네스 체놀트 CEO는 "아직까지 경기 향방이 불투명해 지출을 최소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멕스는 정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지원받은 34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최근 상환하기도 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월 3~10%가량 깎았던 임직원 임금을 9월 초 정상화했다. IT(정보기술)업체인 시게이트도 10% 삭감했던 임금을 조만간 정상화하기로 했다. 택배업체인 페더럴익스프레스도 경기가 회복될 경우 조만간 삭감했던 임금을 정상 지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업들이 수익성이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임금을 정상화하고 있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업무가 급증한 점도 임금 삭감 조치를 철회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경영컨설팅업체인 왓슨와이어트가 최근 53개 주요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4%가 6개월 이내에 삭감 임금을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임금을 동결한 CEO의 33%는 임금 동결 조치를 해제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조사 대상자의 24%는 경비 절감을 위해 줄였던 401K 등 퇴직보험 지원을 연내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