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29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은 다른 곳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아시아 경제는 6~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로다 총재는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주제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ADB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하는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한국을 방문,이같이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구로다 총재를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고위 경제관료와 경제전문가들이 대거 참석,국제 금융위기의 교훈과 대응책,국제기구의 역할 등을 논의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시아의 경우 은행들의 부실 자산은 적었지만 금융위기로 세계 무역량이 감소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었다.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구제,통화정책 완화,경기부양책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시행하면서 위기 초기의 예상과 달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아시아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당초 7.0%에서 8.2%로,인도는 5.0%에서 6.0%로 상향 조정됐다. "

▼향후 전망은 어떤가.

"아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일본의 경기 회복과 원자재,특히 석유 가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전망이 어렵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의 경기 회복은 주요 선진국이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년에 아시아 국가들은 2006~2007년과 같은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6~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은 예상보다 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 지출 덕분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전분기보다 증가하면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ADB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월 -3.0%로 예측했다가 9월 -2.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4.0%에 달할 것이다. 한국 은행들도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단기 외화 유동성 문제를 일으켰던 외화대출 비중이 낮아졌고 자산 건전성도 좋아졌다. 다만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치(불일치)와 아직도 높은 단기 외화대출은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은.

"이번 위기를 통해 얼마나 빠르고 깊숙하게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을 초월한 금융의 혁신과 이로 인한 리스크 관리 및 모니터링의 어려움도 노출됐다. 금융회사들의 단기 성과 위주 보상체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

▼금융 규제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질서 재편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금융위기 예방과 국제 금융시스템 개혁에 중점을 두고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 간 금융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통합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아시아 각국 정부가 협력해 금융 거래시 아비트리지(매매차익을 노린 단기 금융거래)를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 통합에 관한 논의도 지속돼야 한다. 아시아 국가들만의 채권,유동화증권,파생상품 등의 시장이 등장한다면 다른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