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T 도심형 전기차 'e-ZONE'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친환경차'이며, 특히 화석연료에 의지하지 않고 100% 전기만으로 주행하는 전기자동차(EV) 개발 열기가 뜨겁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6월 최대시속 130km의 '풀 스피드 전기차(FEV)' 아이미브(i-MiEV)를 출시했고, 닛산의 '리프(Leaf)',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중소기업이 내놓은 양산형 전기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 임원 출신 등 12명이 2002년 설립한 중소 자동차업체 CT&T가 개발해 이미 수출 중인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City EV) '이존(e-ZONE)'을 직접 타봤다.

시승 구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CT&T 사옥 주변 20여km. 소요시간은 45분 정도였다. 시내 저속 주행용으로 개발된 모델인 만큼 동력성능보다는 주행 편의성에 초점을 두고 시승했다.

◆안전성 검증된 플라스틱 차체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CT&T 사옥 앞에서 만난 '이존'의 외관은 사진으로 접했던 것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미국 수출형 2인승 모델. 길이 2570mm, 높이 1560mm, 너비 1440mm의 아담한 체구다. 무게는 520kg(배터리 제외)에 불과하다.

차체는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무게를 최대한 줄였다. 시보레의 머슬카 '콜벳'에도 쓰이는 재료다. 이존은 국제 자동차 안전 기준에 따른 충돌테스트를 통과해 동급 전기차 최초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유구는 '당연히' 없다. 차량 측면 하단에 있는 충전용 콘센트가 이 차를 달리게 하는 동력을 전달한다. 시승차에 탑재된 납축전지(기본형)의 완전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50~70km다.

선택사양인 리튬폴리머전지는 한 번 충전하면 100∼110㎞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한 달 유지비는 1만원 수준(1회 충전 6.1kwh, 1개월 20회 충전 기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내, 생각보다는 넓다

탑승해 내부를 훑어봤다. 매우 간단한 구성이다. 변속기어는 없고, 전진(D)과 후진(R)을 가리키는 스위치가 있을 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에는 MP3오디오 아래 변속스위치와 창문 여닫이 등 차량 조작에 필요한 모든 스위치가 모여 있다.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신장 184cm의 기자가 탑승해도 머리공간이 넉넉했다. 답답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2인승 좌석 뒷자리엔 골프가방 하나 정도를 실을 수 있는 적재공간이 있다.

계기판이 가리키는 최대 속도는 시속 80km, 양산형 최대 속도는 시속 60km다. 시승차량은 미국 수출사양으로 최대 시속은 40km. 동승한 관계자는 "실측 시 시속 48km가 나온다"고 말했다.

◆복잡한 골목길에 ‘딱’

자동차 키를 돌려 시동을 걸었다. 전기동력을 사용하는 차답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변속 스위치를 'D'에 놓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니 모터가 회전하는 소리가 들리며 차가 움직였다.

가속은 수월했다. 계기판 눈금은 최대속도인 시속 40km까지 금세 도달했다. 전기차 특유의 '붕 뜨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주행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뒤따라오던 차량들의 속도가 덩달아 느려졌다. 이들은 시내 도로에서 목격하기 쉽지 않은 전기차의 등장에 답답함보다 관심을 보였다.

신호에 걸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페달이 눌리는 폭이 매우 짧았다. 언뜻 느끼기에는 제대로 페달을 밟았는지를 알기 힘들었다. 제동거리는 조금 긴 편으로 여유를 갖고 페달을 밟는 게 좋다. 적응 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속도가 줄어들면 굳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감속기가 작동해 자동차가 멈춘다. 13인치 바퀴에 달린 제동장치는 앞, 뒷바퀴에 독립 2계통 디스크타입 유압 브레이크를 적용했다.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제원이다.

언덕길에 들어섰다.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길을 수월히 올라갔다. 이존의 등판능력은 22도 정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자동 브레이크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차를 돌려 일부러 주택들이 밀집한 골목길을 찾아 들어섰다. 근거리 주행용 전기차를 컨셉트로 삼은만큼 건물들 사이의 비좁은 길을 주행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담벼락을 따라 주차된 차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차체 길이가 워낙 짧아 코너링이 편했다. 이존의 최소회전반경은 3.5m다. 제원에 따르면 이 정도의 거리가 확보되면 제동 없이 차를 돌릴 수 있다.

◆차값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질까?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며 차량 개발 컨셉트인 ‘낮은 유지비의 도심주행’을 충실히 구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기차 특유의 승차감이나 조작방식에 적응이 필요하고 최대속도에도 아쉬움은 있다. 다만 복잡한 도심에서 일상 용도로 쓰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이존은 전기차 관련 법규 미비로 오는 9월 예정이었던 국내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국내용을 즉각 양산할 계획이다.

예상 출시 가격은 납축전지를 탑재한 기본형이 1350만원, 리튬폴리머전지 모델은 1900만원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의지에 달렸지만 400만원 정도의 세제 지원 및 보조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월 유지비 1만원대의 1000만원 이하 전기차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글·사진=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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