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 직원들은 객실에서 침대와 가구를 빼내고 그림을 넣는 '갤러리'리모델링으로 분주했다. 이 호텔 객실층 중 10~11층 2개층을 통째로 빌려 열린 미술전시회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의 준비 작업이다. 호텔 관계자는 "국내 첫 아트페어로 5000명이 넘게 찾아왔다"며 "참가자들이 각종 연회 등으로 일반 고객보다 2~3배 많은 매출을 올려 호텔 매출에 짭짤한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특급호텔들이 '마이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스(MICE)란 △Meeting(회의) △Incentive(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회) 등 각종 이벤트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런 행사를 유치하면 주로 객실만 이용하는 일반 투숙객과 달리 연회장,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수입도 덩달아 올라 호텔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하얏트 호텔은 전체 매출 중 마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8%에서 지난해에는 30%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세계금융포럼,세계경제포럼 등 60여건의 크고 작은 마이스 행사를 치렀다.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총 150건의 행사를 열 계획이다. 서현순 컨벤션서비스팀장은 "객실에 미술품을 전시하면 침대 위에 놓여진 그림,욕조 안의 조각 등 공간 활용도가 높고 작품을 소장하려는 고객들이 방에 걸린 풍경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며 "객실을 미팅룸으로 꾸미는 등 독특한 마이스도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공동 롯데호텔도 상반기 마이스 관련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0% 신장했다. 오는 10월 '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 회의는 올 하반기 가장 큰 국제행사로 외국인 1200여명이 일주일 동안 롯데호텔을 찾을 예정이다. 장태현 국제행사 담당과장은 "이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1년간 관계자들을 쫓아다녔다"며 "결국 지난 6월 호주까지 날아가 주최 측을 만나 계약을 따냈다"고 전했다.

반면 마이스 유치에 강세를 보였던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장충동 신라호텔은 다른 호텔들이 속속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올해 실적이 신통치 않다. ICANN 회의를 롯데호텔에 뺏긴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지난해 270건의 행사에 8500명이 다녀갔지만 올해는 7000여명에 그칠 전망이다. 신라호텔은 마이스 관련 매출이 지난해(206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올해 초까지 4명이었던 컨벤션팀 인원을 최근 6명으로 늘린 데 이어 미국,유럽,동남아 등을 돌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라호텔도 해외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다른 호텔에 비해 대연회장(그랜드볼룸) 규모가 작은 웨스틴 조선호텔은 내년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할 계획이다.

최진석 기자 isr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