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독일대사관에서 귀빈에게 맥주를 대접할 때 함께 제공하는 햄,소시지 중에서 유일한 국내 제품이 건국햄입니다. 우리 제품은 파주 축협에서 엄선한 고기를 갈아넣어 육(肉) 함량이 80~90%를 넘습니다. 전분과 어묵,타조고기 등을 써서 50%를 겨우 넘기는 경쟁 제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지요. "

박홍양 건국유업 · 건국햄 사장(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교수)은 지난 20일 충북 음성 공장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에서 두 명에 불과한 독일 햄 · 소시지 마이스터 중 한 분인 류근주씨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정통 수제식 제품이 건국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햄과 소시지는 주문생산만으로 연간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만간 제너시스BBQ(대표 윤홍근)가 전국 5000여개 정육점을 현대화된 프랜차이즈 '맘앤팜'으로 영입하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BBQ와 제휴,햄 소시지 제품의 판로를 대폭 넓힐 계획이다.

이 회사는 육가공 제품은 물론 백색시유 가공유 요구르트 연유 우유가공제품 등에서도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 1등급 순수 원유를 AT(Absolute Taste) 공법으로 가공한 백색 시유와 가공유는 잡냄새가 없고 진하며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우유단백질을 고농도 농축한 연유제품은 팥빙수 빵류 등을 만드는 제과점에서 인기다.

이처럼 제품의 수준은 높지만 브랜드가 덜 알려져 있고 유통망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 건국유업햄의 취약점.2004년 경영책임을 맡은 박 사장은 신제품 개발,경영혁신,노사화합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공기업적 타성에 젖어있던 이 회사를 정상 궤도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한 해 멍게 껍데기 추출 식이섬유소를 함유한 기능성 발효유 '닥터유 4500'을 내놓았다. 장내 유산균을 활성화하는 데다 섬유소의 함수율(含水律)이 50배가 넘어 변비 개선효과가 뛰어난 제품이다.

그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건강식품 브랜드인 '굿포유'와 '헬스앤미'를 출범시키고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홍삼 공액리놀레산(CLA) 등을 함유한 건강식품을 시판했다. 현재 건국대 교내에서 운영 중인 베이커리 레스토랑 '레스티오'(4개소)와 테이크 아웃 델리카페 '우즈무즈'(2개소)는 올 하반기부터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확대시켜나갈 방침이다.

건국유업 · 햄은 1964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대학법인 기업.45년의 역사에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지만 1조~2조원대 매출과 수천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대형 유가공업체와는 비교가 안 된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심화돼 온 노사 양측의 모럴해저드와 1999년 공장 이전과 함께 닥쳐온 외환위기의 영향 때문이다. 경영진은 원자재 납품 비리와 연루되었고 노조는 이를 문제삼아 툭하면 비리를 폭로하거나 파업하겠다며 맞서기 일쑤였다. 이러다 보니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50억원대 안팎의 적자가 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 사장은 취임 후부터 노사화합에 심혈을 기울였다. 희망퇴직을 통해 임직원을 150명 이하로 줄였고 연봉제를 도입해 업무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했다. 학기마다 직원 1명을 건국대 대학원에 진학시키고,20년 이상 재직자에게 의료비의 30%를 지원하는 등 복지혜택도 제공했다.

이 같은 경영혁신과 노사화합이 결실을 맺어 2004년 700억원대 매출에 29억원 적자였던 경영지표가 올해는 1300억원대 매출,50억원 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몇 년간 임금이 동결되면서 업계 하위권으로 떨어진 초봉 임금 수준을 2년 내 업계 평균으로 끌어올리겠다"며 "2020년까지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