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흑자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지식경제부의 `6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흑자는 74억4천만 달러로 두달만에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고, 상반기 무역흑자도 216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달의 경우 수출 감소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 착시성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이전까지 패턴과는 달라진 셈이다.

지경부는 하반기에도 수출입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출에 실제 청신호가 들어왔는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불황형 흑자 벗어나나 = 무역흑자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운 데다, 무엇보다 수출 감소가 크게 둔화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6월 수출입 실적만을 보면 경제위기 이후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했던 `불황형 흑자'에서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6월 수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11.3% 감소한 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최고치고, 지난달 수출 감소율 28.5%와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수입 역시 동기대비 32.3% 줄어든 256억 달러로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지난달 수입 감소율은 40.3% 였다.

수출과 수입 감소세가 둔화됐고, 특히 수출이 지난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흑자 패턴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 6월 수출이 증가한 데에는 반기말에 기업들이 실적달성을 위해 수출물량을 증가시키는 이른바 `반기말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짝효과'란 것이다.

또 선박 수출이 55억 달러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선지급'이 관행인 선박의 경우 수출에 따른 달러유입 등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수석연구위원은 "선박쪽 수출이 크게 늘었다면 의미있는 수출 증가는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전체적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전체적인 글로벌 수요는 살아나지 않았지만, 한국만은 수출에서 탄력적 회복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수출입 전망 = 지경부는 흑자폭은 줄어들지만 하반기에도 1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2009년 연간 수출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3천611억 달러 내외, 수입은 24% 줄어든 3천301억 달러를 기록해 30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7월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입이 크게 늘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커 보이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고환율, 고유가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지경부는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환율과 유가의 영향으로 흑자폭이 계속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4분기로 접어들면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입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입 회복세가 맞물리며, 수출과 수입 모두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말까지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무난히 기록할 것"이라며 "수출입 성적이 모두 좋아진데다, 특히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원자재 수입 증가와 연계되기 때문에 향후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개선 시그널이 없기 때문에 6월과 같은 10% 초반의 수출 감소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며 "그러나 4분기에는 수출이 증가로 돌아설 것이고, 무역수지는 유가 상승을 감안하면 350억 달러까지는 가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