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권력 동원 등 정치적 압력 받을 수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은 "지속 가능한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내는데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기고문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단기적으로 디플레이션과,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며 "이중 인플레이션이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적절한 시점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2012년에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장에서 통화량 확대 정책을 더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면 더 빨리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당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겠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부가 공급한 유동성이 각종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눈사태 일보 직전까지 불어난 정부 부채가 조만간 세계금융시장에서 해소될 것이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향후 몇년간 급증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동원해 새로 발행된 채권을 사들이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즉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중앙은행이 돈을 더 찍어 국채를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중에 통화량이 급증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줄어들자마자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회수하든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든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정치적인 선택은 항상 실패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