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일본에 비해 현격히 뒤진다고 한다. 통계청이 지난 2005년과 2006년의 한 · 일 기업 노동생산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의 70% 수준에 불과했다. 노동생산성은 기업의 총부가가치를 종업원 수로 나눈 개념이고 보면 우리 자동차업체들은 똑같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생산금액이 일본업체들보다 30%나 뒤진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이 일본을 크게 밑도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요즘은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됐을 게 틀림없다. 최근 수년간 원화 가치는 내리막길을 걸어온 반면 엔화 가치는 상승세를 이어온 까닭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이 일본에 크게 밀리는 것도 이처럼 생산성이 낮은 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노력은 정말 시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자동차업계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 · 기아차그룹의 경우 15개 계열사 노조가 함께 모여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연대투쟁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했다. 회사측의 경영합리화 노력을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경영난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접어든 쌍용자동차조차도 회사측의 몸집줄이기 및 조기 경영정상화 노력에 대해 노조가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면서 어려움이 가중(加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가 그들을 딛고 올라서는 것은 그저 상상에 그치고 말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세계 자동차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의 동반침체가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조차 급격한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요즘 한국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는 환율상승효과에 크게 힘입은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지금은 노사화합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내실을 다지면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구조조정을 외면했다 파산의 위기에 처한 GM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