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유럽연합(EU) 간에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연안 지역 천연가스 쟁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사업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사우스 스트림'과 EU가 주도하는 '나부코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유럽이 쓰는 천연가스의 25%는 카스피해 연안산이다. 러시아와 EU는 각각 이들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스관을 건설해 향후 자원외교의 주도권을 쥐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가즈프롬과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니(Eni),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가스회사들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사우스 스트림' 건설 협정을 15일 체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이탈리아가 추진해온 이 프로젝트는 터키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흑해 해저를 경유해 러시아 소치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총연장 2000㎞에 한해 630억㎥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가스관을 2014년까지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19억~24억유로(3조2600억~4조1200억원)가 투입되는 '사우스 스트림'이 완공되면 러시아는 지금처럼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도 유럽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EU는 지난 8일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터키를 경유,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인 '나부코' 프로젝트 추진 협정을 체결했다. 나부코 프로젝트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시작으로 아르메니아 터키를 거쳐 오스트리아에서 끝나는 총 3300㎞ 길이의 가스관을 2014년까지 건설해 현재 천연가스 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310억㎥가량의 가스를 공급받겠다는 계획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