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구단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엔 조금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 '사야(Saya)'라는 이름의 이 선생님은 외모는 젊은 여성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을 꼭 닮은 로봇이다.

도쿄대학이 15년간 개발한 '사야'는 교사의 수업을 보조하고,아이들이 떠들 때는 "조용히 하세요"라고 야단도 친다. 아이들이 과학과 기술에 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게 해주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선생님이다. '사야'는 앞으로 교사 수가 부족하고，아이들이 첨단 기술을 접해볼 기회가 적은 시골 지역의 소규모 학교에 보급될 예정이다. '사야'를 개발한 히로시 고바야시 도쿄대 교수는 "원격으로 사야를 조정해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능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로봇 산업은 세계 최강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80만대의 산업로봇 중 절반을 일본이 만들었다. 자동차 조립라인 등 일본에서 활약하는 제조용 로봇만 35만대다.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본이 26.6%로 세계 1위이고,미국(21%) 독일(16.2%) 이탈리아(9.8%) 순이다. 한국은 5.7%로 5위다.

일본의 로봇기술은 산업용 로봇을 넘어 인간을 닮은 로봇('휴머노이드')을 실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2007년 인간의 아기를 닮은 '아기로봇 CB2'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오사카대의 아사다 미노루 박사 연구팀은 최근 'CB2'가 인간의 표정을 흉내내고,이에 반응하는 등 '사회성'을 습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키 130㎝에 몸무게 33㎏으로，올해 2살인 이 아기로봇은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거리거나 방안에 있는 물건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눈동자를 굴리는 등 이 시기의 어린아이와 영락없이 똑같은 모습이다.

갓난아기들은 보통 엄마가 짓는 수많은 표정들을 관찰하고，이를 통해 엄마의 현재 감정을 '기쁨' 혹은 '슬픔' 등으로 분류해 상응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 같은 감정 해독과 분류를 'CB2'에게 가르쳐 사회적 상호작용을 모방토록 한 것이다.

일본은 로봇을 통해 인력부족 시대에도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저출산 · 고령화로 심각해진 노인 간병 인력 부족을 로봇으로 채울 예정이다. 실제 마이크로로봇이란 회사는 자체 개발한 헬스케어 로봇 '실버로봇'을 내달 중 노인 요양시설과 실버타운 등에 시제품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실버로봇은 실시간 원격진료와 통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 사회의 전문 로봇 간호사가 본격 등장할 것에 대비해 구체적인 안전지침까지 마련 중이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필요한 지침을 마련해 로봇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노령화가 선진국의 공통 문제인 만큼 일본은 로봇으로 노령사회에 대처하는 선진국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국내 로봇시장 규모가 2025년 1조엔(약 13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