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게들 "소비패턴변화+경기불황 여파"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수요가 예년보다 크게 떨어져 화훼유통업체와 꽃가게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한국화훼농협에 따르면 지난 4일 소매업자 상대 카네이션 경매에서 약 1만주(500박스)가 유찰됐다.

`카네이션 특수기간'을 코앞에 두고도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사가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시장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산 카네이션 수요는 값싼 중국산과 소비패턴 변화로 매년 감소세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지만, 줄어도 너무 줄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경매를 통해 대부분 팔려나갔는데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처럼 대규모 유찰이 빚어진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카네이션 수요의 급감은 일반 인터넷 꽃배달업체와 대형 꽃가게들에서 더욱 분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상당수 업체들의 5월 카네이션 예약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70% 감소한 것.
한 온라인 꽃배달업체 관계자는 "4일 정오 기준 카네이션 판매 예약률이 작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줄어 사실상 주문 자체가 상실됐다"며 "4만∼5만 원대의 카네이션은 거의 나가지 않고 있어 판매 절정기인 6∼7일이 돼도 양상이 호전될 것 같지 않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달 카네이션 판매가 저조할 것에 대비해 미리 적극적인 광고를 해왔다는 또 다른 온라인 꽃배달업체도 초기 판매상황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20∼30% 줄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남대문시장에 있는 한 꽃상점 관계자는 "아무래도 작년보다는 못할 것 같다"며 "특히 4만∼5만원 상당의 비싼 꽃바구니는 잘 안 나갈 것 같아 5천∼3만원 이하의 중저가제품들로 판매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록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은 수천원짜리 카네이션은 전과 다름 없이 팔려나간다 해도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중·고가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사실상 예년의 `카네이션 특수'는 사라진 셈이다.

이처럼 올해 카네이션 시장이 유달리 침체에 허덕이는 것은 어버이날 부모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풍속이 점차 사라지는 경향도 있지만 극심한 경기불황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꽃배달업체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모든 종류의 꽃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며 "적어도 중고가의 카네이션 수요는 역시 경기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