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여파로 일반인들이 아는 '금리 상식'과는 다른 현상들이 속출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낮은 금리로 외면받던 정기적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추월하는가 하면, 신용위험이 큰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대출 금리보다 더 낮아졌다.

또 정부 보증을 받는 보증대출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높은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적금 금리>예금 금리

29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은행들의 신규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지난 2월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지난 2월 연 3.48%, 3월은 3.13%로 정기예금 금리 연 3.24%, 2.90%보다 각각 0.24%포인트, 0.23%포인트 높았다.

서민들의 장기 목돈 마련을 위한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적금 금리는 과거에 예금 금리보다 높았다.

하지만 펀드 열풍이 불면서 고객과 은행의 홀대를 받기 시작하더니 2005년 2월부터는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아졌다가 이후 4년 만에 다시 옛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금리가 역전된 가장 큰 이유는 정기예금의 만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취급된 은행권 정기예금 3개 중 1개(30.6%)는 만기가 6개월 미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이 임시로 예금에 돈을 넣었다는 의미로, 증시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부동자금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고금리 특판예금보다 비용이 덜 드는 적금으로 눈을 돌리게된 것이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이하 1년 만기 기준)의 금리는 최고 금리가 연 3.3%이지만, `가족사랑자유적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3.5%다.

신한은행의 `민트적금'은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3.50% 금리를 받을 수 있어 `파워맞춤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 최고 금리인 연 3.25%보다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적금은 펀드 대체 상품이기 때문에 그동안 펀드 투자로 손실을 봤던 고객들을 확보하려면 금리를 더 얹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금리 <대기업 금리

서울 중구에서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최근 운영자금 5억 원을 연 5.9%로 1년간 대출받기로 했다.

김씨는 "금리가 6%에 육박해 부담스러웠지만, 단골손님인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이 B은행에서 운영자금을 6.3% 금리로 빌렸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 높다는 상식도 최근에는 통하지 않고 있다.

정부 정책의 여파로 중기 대출 금리가 대기업 대출 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올 들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신규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5.45%로 대기업 대출 금리 연 5.58%보다 낮았다.

중기 대출금리는 작년 5월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에 적용되는 대출 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았지만, 작년 말 0.16%포인트로 격차가 줄었고 올 1월에는 역전됐다.

중기 대출금리와 대기업 대출 금리가 역전된 것은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1~3월 중기 대출에 5조9천636억 원의 신규 보증을 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5.8배 급증한 것이다.

중기지원과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꺼리는 점도 금리 역전에 일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중기 지원에만 힘을 쏟다 보니 중견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대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증대출 금리> 신용대출 금리

정부의 보증을 받는 대출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신규 보증대출 평균 금리는 연 5.89%로, 신용대출 금리 연 5.71%보다 높았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가 올해 1학기 기준 7.3%에 이르는 등 시중금리보다 높게 책정된 데 따른 것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함께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 학자금 대출이 많이 취급되면서 보증대출 금리가 높게 나타났다"며 "신용대출 가운데는 주택 관련 집단대출이 포함돼 있어 금리가 낮은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