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편성된 4조6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이 서민 지원과 경기 보완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집행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경쟁적인 '민생사업' 끼워넣기와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행한 '2008년 추경예산 집행결과 분석'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등 4개 부처의 9개 추경사업 집행률이 40%에 그쳤다. 이 가운데 화물운송업계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화물차를 LNG화물차로 개조하도록 지원하는 '화물차 개조지원'사업은 100억원 중 0.5%인 5000만원만 집행됐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인 데다 지원 기준이 지난해 12월에야 마련됐기 때문이다.

경영이 어려운 차주를 위해 300억원이 편성된 '화물차 감차 보상'도 집행률 2.5%(7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두 사업은 지난해 9월 국회 추경 심의 때 민주당이 '농어민과 화물차기사 등 소외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반영한 것이다. 여야가 민생 취지만 내세우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설익은 사업'에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정부가 동계 민생사업으로 발표한 '저소득층 연탄보조사업'도 200억원 중 4억원만 집행됐다. 예산정책처는 "쿠폰 사용기간을 올 3월까지로 해 지난해 2%만 활용됐다"며 "편성 당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 추경에 과다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해외유전 개발을 지원하는 '유전개발 출자사업'은 당초 예산 3647억원보다 6000억원 증액됐다. 하지만 지난해 해외자원 개발 투자액은 전년보다 오히려 600억원 줄어든 1조8600억원에 그쳤다.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원자재값 급등으로 투자 여건이 나빴다지만 추경 편성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검토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은 당초 1444억원에서 추경으로 481억원 늘어났지만 695억원(36.1%)만 집행됐다. 2004년부터 매년 집행률이 50% 이하인 대표적 집행부진 사업인 데도 하반기에 다시 증액된 것은 의문스럽다는 평가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추경에서도 중복편성과 비현실적인 수요 예측,세부 계획 부족이 우려된다며 희망근로 프로젝트(2조원),그린홈 보급사업(300억원) 등을 예로 들었다. 오세일 예산분석관은 "올해 추경은 규모가 더욱 커진 만큼 연내 집행 가능성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