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가 20일 회장단 회의를 통해 27대 신임 회장으로 추대한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위원장은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힌다. 어지간한 외국 경제계 저명인사와는 모두 연이 닿는다. 사공 전 위원장이 모르는 유명인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민간 통상외교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무협 회장 자리에 적임자인 셈이다.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치며 이론과 실무에 해박하다는 점도 무협 회장으로 추대된 주 요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은 덤으로 얹혀지는 '플러스 알파'다.

알아주는'마당발 '

사공 차기 무협 회장 후보가 1993년 설립한 세계경제연구원은 경제 현안을 분석한 보고서보다 '해외 석학 초청 세미나'로 더 이름을 알렸다. 신생 민간연구소가 꾸민 세미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출연진'이 '짱짱'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프랑스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미국 국제연구소장 프레드 버그스텐 등 굵직한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세계경제연구소의 초청장을 손에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평소 세계경제연구원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언론도 세미나가 있을 때 만큼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세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공 회장 후보는 국내 어느 누구보다 해외 네트워크가 방대하다"며 "연구원에서 초청한 해외 석학들은 거의 100% '사공일'이라는 이름 석자를 보고 방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사공 후보는 해외 석학들의 이론과 경험을 한국으로 수혈하는 '파이프 라인'이었던 셈이다.

6만5000여 무협 회원사들도 사공 회장 후보의 이런 인적 자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한국의 수출 전선에 비상등인 켜진 지금과 같은 시점에 꼭 필요한 인물이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며 "무협 회장단도 사공 전 위원장의 이런 강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 멀티플레이어의 또다른 변신

사공 회장 후보의 이력은 화려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 있을 만한 곳에는 다 한번씩 몸을 담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으로 활동했다.

5,6공화국 시절에는 관계에도 몸을 담았다. 3년8개월 동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재무부장관에도 올랐다. 최근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MB노믹스'의 뼈대를 만들었다. 경제이론이 경제정책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에 모두 발을 담근 셈이다.

국내 수출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도록 건의하는 무협 회장의 역할에 이런 경력은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큰 그림을 주로 그리던 사공 전 위원장이 민간 실물경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민관 통상협력체제 힘 실릴까


사공 신임 무협 회장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97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연구원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틀을 잡으면서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과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정책자문역과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MB정부 출범 후에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역할을 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협 역사상 '최고 실세'가 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공 신임 회장 후보의 이런 이력은 무협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이다. 일단 수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민 · 관이 힘을 합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점이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으로 업계 경험이 없다는 일부의 지적은 사공 신임 회장이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