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이 특히 위험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경기 침체에 더 취약(脆弱)하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9.2%로 1998년 3분기의 -9.9%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이만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과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제조업의 위축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타 산업에 대한 연관효과라든지 고용 등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이 이렇게 가파르게 위축되어 버리면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다 구조조정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이미 좋지않은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이 17일 발표한 올해 600대 기업투자를 보면 지난해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8년 만에 처음이다. 그 중에서도 제조업의 감소폭은 10.9%에 달했다. 특히 과거 대규모 투자를 선도했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40%가 넘게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투자감소의 바닥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제조업이 이대로 무너질 경우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고, 그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이다. 더구나 투자감소, 고용악화 등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란 점에서 염려스런 과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잠재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급락(急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감세, 재정확대 등을 통해 수출감소의 타격을 줄이기 위한 내수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감세일정도 앞당기고 추경편성도 서둘러야 한다.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강구하는 일도 시급하다.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규제개혁 관련 법안도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제조업이 무너지고, 투자가 사라지면 앞으로 우리경제의 회복은 상당기간 어렵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