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세계 D램시장 5위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한 데 이어 세계 3위의 일본 엘피다는 정부에 공적자금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만업체들의 구조개편도 예상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어떤 구제책을 내놓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세계 반도체산업의 재편(再編)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공급과잉 속에 국내업체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잘하면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사실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과잉을 뻔히 내다보면서도 누구도 발을 빼지 않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세계 시장의 9%를 점유하는 독일 키몬다가 결국 버티다 못해 파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다행스럽다고 여길 게 분명하다. 물론 반도체에 대한 수요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보면 키몬다가 파산한다고 해서 당장 큰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수요가 되살아날 경우에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D램시장 1,2위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로서도 일단 시장의 수급상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반도체산업의 재편을 전제로 국내업체들이 전략을 수립할 필요도 있다. 대만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요청했다는 얘기, 키몬다의 파산 선언, 그리고 일본 엘피다가 공적자금을 신청할 정도로 반도체 시황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점을 종합해 보면 산업 재편의 가능성이 커 보이는 까닭이다.

차제에 국내업체들은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더욱 확고하게 다져야 한다. 어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급 DDR2 D램을 개발하고 인텔의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것은 그런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이닉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跳躍)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업체들이 D램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고, 그 여세를 몰아 비메모리 등의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 나간다면 이번 위기를 오히려 큰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