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디지털TV 수요는 적어

미국이 2월17일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한다. 세계 최초로 미국이 디지털로 방송 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 TV와 케이블망 등 관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당장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셋톱박스) 수요만 급증할 뿐 관련 전자제품 판매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전미방송협회(NAB)에 따르면 미국 내 1759개 방송국 중 약 93%가 이미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한 준비를 거의 완료한 상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작년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시에서 전면적인 디지털 방송을 시범 실시하는 등 사전 점검을 진행해왔다.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받는 가정들은 보다 선명한 TV 화면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채널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미국 가정들은 디지털 TV로 교체하거나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케이블방송에 가입하기보다는,대당 50달러 내외인 컨버터를 구입하고 있다. 소비자행태 조사업체인 SNL카간의 저스틴 니엘슨 애널리스트는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가정이 디지털 TV를 구매하는 대신 컨버터를 장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2200만가구 중 절반 정도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전체의 3분의 1가량은 디지털 수신 기능이 있는 TV를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