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찾기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

전임자들인 스탠리 오닐과 찰스 프린스가 각각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갑작스럽게 물러난 탓도 있지만 그동안 후계자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이처럼 후계자 양성이 소홀했던 것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 내부인사보다는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미국 기업에서는 순조로운 경영권 이양을 위해 후계자를 키우는 것이 CEO의 덕목이자 이사회의 최우선 현안이었다.
[New Trend] "CEO를 찾습니다" … 美기업 외부영입 크게 늘어
치밀한 후계자 양성 작업 끝에 제프리 이멜트를 CEO로 선임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경향이 주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자에서 보도했다.

후계자 양성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으며 CEO가 갑자기 물러날 경우 외부에서 후임자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은 지난 8월 신임 CEO에 로버트 나델리 전 홈데포 CEO를 임명했다.

홈데포 재직 시절 중국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회사 매출을 두 배로 키웠다는 게 영입의 배경이 됐다.

케빈 머피 남가주대 교수는 "1970년대만 해도 미국 500대 기업 중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경우는 10% 정도에 그쳤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대부분 이사회도 CEO에게 후계자를 양성하라는 압력을 넣지 않고 있다.

톰슨파이낸셜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에 CEO와 후계자에 대한 논의를 한 이사회는 24%에 불과했다.

10%는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O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은 이사회가 단기 실적에 급급해 실적이 부진한 CEO를 해고시키는 대신 실적이 뛰어난 다른 기업 CEO를 선호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직 CEO들이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후계자 양성을 꺼리는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