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또 다시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 둔화)에 빠졌다는 분석에도 불구,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FRB는 20일 뉴욕 시카고 등 12개 연방은행의 경기보고서를 종합한 '베이지북'을 통해 "많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는 지난달 22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도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고 밝혔었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 분야에 걸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지난 2월말에서 4월초의 경기상황이 대부분 지역에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고유가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실제로 이날 베이지북에 앞서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급등,FRB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월가의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높은 것이다. 물가상승의 주범은 고유가로 지목됐다. FRB는 기업들이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의 핵심변수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처럼 높아지면서 FRB의 금리인상 행진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 드류 매튜스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FRB의 금리인상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금리인상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인상,소비위축 등을 초래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지난 1·4분기 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왔음에도 이날 뉴욕증시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한 것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금융시장에서는 FRB가 내달 3일 열리는 다음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