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와 PDP에 밀려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인공' 자리에서 은퇴하는 듯 했던 브라운관이 신흥 시장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화려한 부활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 등 브라운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잇따라 브라운관 사업에서 철수,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2007년까지는 브라운관 시장을 독식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공장 완전 가동 삼성SDI는 부산과 수원의 국내 공장은 물론 중국 헝가리 말레이시아 독일 멕시코 브라질 등 국내외 모든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TV용 브라운관(CPT)만 공급량이 달렸는데 올 들어서는 모니터용 브라운관(CDT) 수요가 살아나면서 공장가동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올들어 사실상 휴일 없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95% 정도만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2개월에 한번씩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쉴 수 있었지만 올 들어서는 브라운관이 만드는대로 팔려나가 휴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BRICs 수요 급증 브라운관 수요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BRICs의 올해 CPT 수요량은 지난해(6천4백만대)에 비해 약 10% 증가한 7천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브라질의 올해 브라운관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러시아와 인도에서도 CPT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과 유로컵 개최에 따른 특수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경쟁자들이 사라진 데 따른 반사이익도 함께 누리고 있다. 지난 99년 일본 NEC를 시작으로 마쓰시타(2001) 히타치(2003) 등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브라운관 사업을 접어 지난해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했다. ◆2007년까지는 걱정없다 국내 업체들은 신흥 시장의 수요 증가로 인한 브라운관 호황이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2006년에 디지털TV 방송으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폭발적인 TV 교체수요가 일어 브라운관 호황을 지속시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LCD에 밀려 브라운관을 사양사업인양 취급하고 있지만 CPT는 2007년을 전후로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브라운관 부활론'을 강조했다. 김 사장의 주장처럼 브라운관은 한동안 계속해서 국내 업체들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