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21일 유로화의가치가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 중반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유로권의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NIESR은 보고서를 통해 모의실험(시뮬레이션) 결과 유로화가 앞으로 20% 추가 상승할 경우 유로권의 평균 물가 상승률이 제로 이하로 떨어져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3분의 2나 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과거에도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으로 지난 1985년부터 87년 사이에 미국 달러화는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54%나 폭락했다. 달러화는 현재 유로화에 대해 최고 시세를 기록했던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29%나 하락한 상태다. 특히 달러화의 하락세는 지속적인 탄력을 받아 왔으며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저금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타임스는 유로화가 현재 시세인 유로당 1.17달러에서 1995년 수준인 1.40달러로 복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전혀 아니라고 지적했다. NIESR의 레이 배럴 소장은 "현 시점에서 유로권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5% 정도로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유로화가 1995년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그 가능성은 50%를 넘어선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로화의 그 같은 상승은 유로권국내 총생산(GDP)의 1.8% 감소로 이어지고 나아가 이 지역의 경기후퇴나 최소한 장기적인 저성장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유럽 최고의 경기예측기관의 하나인 NIESR의 보고서는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재무장관에게 제출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ECB와 재무장관들은 보고서의 내용을 자체 모델과의 비교 분석에 활용하게 된다고 타임스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