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매 물가가 4월에 기록적인 1.9% 하락을 기록해 일각에서 제기돼온 디플레 우려를 증폭시켰다. 월가에서는 4월에 도매 물가가 0.7%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존 테일러 미 재무차관은 금주말 프랑스에서 소집되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특히 일본 케이스를 포함한 디플레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15일(이하 현지시간)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내달 24-25일 소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미 정책 당국자들은 미국이 일본과는 경우가 다르다면서 실제 디플레에빠져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30년대 대공황 때 디플레로 고통받은 바 있다. 미 노동부는 15일 도매 물가가 1.9% 하락했다고 밝혔다. 등락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핵심' 도매물가도 0.9% 하락해 지난 93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도매 물가는 지난 3월 이라크 전쟁에 따른 고유가에 영향받아 1.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종전으로 휘발유와 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져 도매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으나 승용차와 트럭, 의류 및 담배 가격도 전반적으로 약세를보였다고 지적했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사장은 "FRB가 월마트 식으로 가격하락 추세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품목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가 인플레에 비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하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기 힘들다면서 인플레는 `금리 카드'로 헤쳐나갈 수 있는 여지가있으나 디플레의 경우 그것이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이 `제로 금리'정책을 채택하고도 디플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은 미국이 디플레에 빠져들 위험이 희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노 장관은 지난주 "미국이 일본과는 경우가 다르다"면서 "심각한 디플레에 빠져들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디플레 우려가 과장됐다고 판단하는 인사들은 4월에 도매물가 지수가 큰 폭으로하락했다고는 하나 에너지 가격 폭락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면서 의료 수가와 교육비 등은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상기시켰다. 의료 수가는 3월말까지의 12개월 동안 4.3% 상승했으며 교육비 역시 같은 기간증가폭이 6.3%에 달했음을 이들은 강조했다. 또 평균 임금도 같은 기간에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린 리어저 수석연구원은 "디플레가 갑자기 닥쳐올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달러가치가 약화될 경우 디플레 가능성을 불식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