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으로 오라고 해도 우리 기업들이 꼼짝 않더라구요. 그래서 데려왔지요" 수출상담회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120여개 바이어를 이끌고 귀국한 KOTRA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장 겸 두바이 무역관장 이선인(52)씨의 말이다. 이 관장은 "중동지역은 우리나라의 연간 상품수출이 75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러시아보다 큰 시장인데도 이라크 사태 때문인지 우리 기업들이 소극적인 것 같다"며 "이라크전이 난다고 해서 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바이어들 중에는 이라크 업체 6개사를 비롯해 중동지역 바이어 62개사가 포함돼 있다. 특히 이라크 바이어들은 처음에는 자국 상황 때문에 참석을 꺼렸으나 KOTRA의 집요한 설득에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 이들은 19-20일 서울 KOTRA 본사에서 열리는 수출상담회와 대구섬유박람회 `프리뷰 인 대구'에 참가해 섬유 및 기계 관련 국내 업체들과 구매상담을 벌인 뒤 귀국할 예정이다. 이 관장은 "이라크의 호텔에 들어서면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카펫도 낡아빠져 마치 누더기를 기워놓은 것 같다"며 "건설과 상.하수도, 발전 등 잠재적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으로 발생할 피해 복구 외에도 유엔의 오랜 제재에 따른 수요가 널려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라크의 하루 석유생산량은 300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며 "불안한 측면은 있지만 불안을 상쇄하고도 충분히 남을 만한 시장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이 중동시장에서 상당수 빠져나갔기 때문에 이 틈을 잘 이용하면 `오일달러'를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이 관장 은설명했다. 더구나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작년 월드컵 개최와 미국에 대해 당당한 시민들의 모습에 매료돼있다는 것. 애틀랜타 무역관장을 맡아 미국에서 2년간 생활하다 지난 1월 중동지역으로 옮긴 이 관장은 "중동지역은 생활은 풍요롭지 않더라도 불안하고 과격한 지역이 아니며, 정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대로 거둘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