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인 시중은행은 회장직제를 폐지하되 현 회장들의 임기는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김진표 부총리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해당 은행들이 혼란에 빠졌다. 각 은행들은 7일 회장직 존폐에 대한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김 부총리 발언대로라면 정관에선 회장직제를 없애고 부칙 등을 임시로 만들어 현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편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계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회장직 체제는 IMF 이후 행장의 권한을 견제하기엔 외부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권유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다시 폐지하라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각 은행별 반응은 현 회장의 임기에 따라 엇갈렸다. 외환은행의 경우 김경림 회장의 임기가 오는 4월1일 만료되므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며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만큼 정부가 하라는대로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 회장 임기 만료에 맞춰 회장직제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성복 조흥은행 회장과 김상훈 국민은행 회장의 경우 각각 임기가 오는 2005년 3월과 2004년 11월까지라 해당 은행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정부의 발언은 결국 회장 스스로 알아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압박성이 아니겠느냐"며 "은행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공약과 달리 사실상 정부의 은행권 인사 개입 관행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