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등 특허의약품의 저가공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의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WTO는 21일 오전1시(한국시간 21일 오전9시)까지 일반이사회를 열어 막판 심야 절충을 시도했으나 저가공급 대상 질병의 범위를 놓고 미국과 개도국진영간의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아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미국은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상의 예외를 인정하는 질병의 범위를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과 이와 유사한 수준의 심각성을 갖는 질병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반해 개도국 진영은 에이즈 등을 비롯해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질병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TRIPS 이사회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의 문안에어떠한 수정도 가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미국은 의장 중재안의 문안에 각주를 붙여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질병의 개념과 범위에 관한 명확한 해석을 반영할 것을 제의했으나 개도국들의 반대로 수용되지 않았다고 WTO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한 일부 개도국들은 질병의 범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일반이사회의 공식 발언으로 표명하고 이를 TRIPS 이사회 의장이 확인하는 방식을 취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미측은 법적 구속력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이에 따라 WTO 회원국들은 현상태에서 협상을 동결하고 내년 2월10일로 소집될 예정인 새해 첫 TRIPS 이사회 정례회의에서 절충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미행정부는 22일 워싱턴에서 특허의약품 협상결렬에 따른 입장을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WTO 회원국들은 지난해 11월 제4차 도하 각료회의에서 에이즈 치료제 등 특허의 약품의 저가공급을 위한 TRIPS 협정의 재해석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금년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TRIPS 이사회는 그동안 협상을 통해 공중보건에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약시설이 부족한 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이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의약품을 복제.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를 제3국에 의뢰하고 이를 역수입하는 것을 허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개도국 진영은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는 대상을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질병으로 확대 해석을 시도한데 반해 미국은 제약회사의 특허권 침해와 신약 개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질병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했다. 특허의약품의 저가공급을 위한 협상이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전반적인 협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도국 진영이 연내 타결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점을 문제삼아 DDA 협상과 연계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