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막대한 무역 흑자와 외자 유입 등을 발판으로 국유은행의 엄청난 부실채권을 메워나가고는 있으나 이런 편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저널 7일자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지도부가 위기없이 금융 부문을 개혁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이 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이런 필요성이 더 절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경제난이 심각해 미국이 `원칙을 깨고' 직접적으로 지원까지 한 우루과이를 예로 들면서 이 나라가 불과 6개월 전만해도 `투자등급'의 금융 시스템을 유지했으나 한꺼번에 무너져내린 점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중국이 우루과이보다 속사정이 더 나쁜 상황이라면서 언제 금융 위기가터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힘드나 이미 오래전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었다고 강조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니컬러스 라디는 저널 회견에서 "중국 금융 시스템이 언제와해될지를 예측하는 것이 아직은 무리지만 분명한 사실은 `중국의 은행은 절대로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중국의 막대한 공공부채와 부실채권을 우려해온 그는 "(중국 금융체제가 무너질 수 있는 조건들이) 몇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중국 은행들은 현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상태"라고 라디는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요하면 돈을 찍어 은행 부실채권을 메워주고 있다면서 예금자들도 아직은 `당국이 예금 인출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따라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는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봤다. 라디는 "전세계에 중국과 같은 금융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이 자본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저널은 중국에서 외화를 대거 매입하는 것이 규제되며 자본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도어렵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가 나고 외국자본이 밀려드는 것도 당국의 금융 정책에 여유를 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2천42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신문은 중국도 지난 90년대초 심각한 인플레를 겪은 쓰라림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인플레가 심화되면 당국이 돈을 찍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당시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고속 성장으로 뒷받침되는 바람에 인플레의 부정적 요인이 상쇄됐다는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운이 좋았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미국이 당시는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의존국인 중국에 과거에 비해 훨씬 심각한 위협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저널은 분석했다. 중국이 세금으로 금융 시스템 와해를 우선은 건너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 테네시 소재 유니버시티 오브 사우스의 스콧 윌슨 아시아연구소장은 저널 회견에서 "중국이 은행 부실채권 문제를 세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과세율이 국내총생산(GDP)의 6%라면서 이것이 미국의 1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임을 상기시켰다.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중국의 실질 과세율이 현재 GDP의 12% 수준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여력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가 GDP의 50-75%에 달하는 엄청난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세금을 몇% 더 거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언스트 앤드 영측은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4천800억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1천700억달러 상당이 대형 은행에서 산하 자산관리회사 등으로 이체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체된 것들 가운데 일부 회수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수율은 24-32.5%에 불과했다고 언스트 앤드 영은 지적했다. 한마디로 4천800억달러를 회수하는 것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방법은 지금처럼 중국 당국이 스스로 막는 것 외에뾰족한 수가 없다고 언스트 앤드 영측은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의 프레드 후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금융 위기를 맞고있다"면서 "중국 지도부가 소요를 겪지 않으면서 금융 개혁을 실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의해 대표적인 중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투기' 수준인 BB급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금융 개혁이 지도부의 희망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