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빼앗긴 현장 근로자들의 마음을 잡아라" 기업들이 월드컵 기간동안 생산성 저하,안전사고 및 불량률 증가 등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한국전 등 이른바 "빅게임"이 열리는 날 밤늦도록 경기관람과 기분풀이 "한잔유혹"으로 지각사태가 속출하거나 일터에서 월드컵 이야기에 정신을 팔다보면 한달내내 작업능률이 떨어지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이에따라 대부분 업체들은 월드컵 티켓제공,생산라인의 안전장치 보강,검품직원 추가투입,잔업 없애기 등 각종 "월드컵 나기"묘안을 내놓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월드컵을 향한 근로자들의 열정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아래 아예 "정면승부"를 걸기로 했다. 회사측이 브라질-터키 등 울산에서 열리는 3경기 티켓 4천여장을 구입해 우수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월드컵경기를 마음껏 즐기고 거기에서 얻은 에너지와 활력을 생산현장에까지 이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공정 특성상 24시간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는 울산 석유화학공단내 80여개 업체들에도 월드컵 비상이 걸리는 마찬가지.순간 방심으로 공장이 멈출 수 있고 심할 경우 유독가스 누출 등 대형사고위험이 잠재해 있어 환경 및 안전관리자들은 벌써부터 24시간 감시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30억원을 투입해 월드컵기간중 사고나 악취발생 조짐이 조금만 있어도 공장가동을 중단시키는 첨단 시스템을 공장내에 설치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세종공업은 근로자들이 깜빡 졸아 손이 프레스기기에 들어가는 순간 조업을 멈추게 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또 부품 불량율이 늘어날 것에 대비,최종 테스트공정라인에 검품관리직원들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부산 녹산공단의 조선기자재업체인 오리엔탈정공은 한국전이 벌어지는 날에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아예 잔업을 없애기로 했다. 주야간 교대근무시간대가 오후3시인 사업장에선 한.미전으로 근로자들의 지각과 결근,대규모 월차 등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효성의 배기수 관리팀장은 "월드컵을 보기위해 10만원의 수당 대신 월차를 내는 근로자들이 적지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오후3시는 주야간 교대시간인데 근로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지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공장현장이나 휴게실에 대형TV를 설치해 휴식시간때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부산 신평장림공단에서 고압용기를 생산하는 엔케이는 휴게실에 TV를 설치,직원들이 휴식시간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원칙상 공장내에서 TV를 절대 보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월드컵 경기를 향한 직원들의 마음을 뭘로 막겠느냐"며 반문했다. 현대중공업도 현장에 대형TV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 회사는 월드컵에 무더위마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선박 철판위에서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생산성 저하가 클 것으로 보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축구열기를 인위적으로 막다보면 오히려 안전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현장에 TV를 설치하거나 따로 녹화해 보여주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