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백만∼1천만원 미만의 소액 개인대출정보를 당초 예정보다 늦춘 오는 9월부터 모든 금융사에 제공토록 한 것은 기존 채무자들을 배려한 조치다. 대출정보가 은행연합회에 집중되는 7월부터 당장 모든 금융사에 그 정보를 제공하면 '소액 다중채무자'의 금융거래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쓰고 있는 다중채무자들은 일단 시간을 번 셈이다. 이들은 오는 9월 이전에 대출한도 축소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바뀌나 =정부의 '소액대출정보 집중정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금액에 관계없이 개인의 모든 대출 현황을 금융사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에 따라 7월1일부터는 카드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개인의 모든 대출 현황이 은행연합회에 등록된다. 금융사들은 이 정보를 대출금 5백만원 이상은 9월1일, 5백만원 미만은 내년 1월1일부터 제공받는다. 단, 7월1일 이전의 1천만원 미만 대출금은 은행연합회에 등록되지 않는다. 이는 다중채무 사실을 발견한 금융사들이 갑작스럽게 고객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사전조정제도'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일종의 개인 워크아웃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앞으로 채무상환 유예, 만기조정, 이자감면 등과 같은 선의의 연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체 규정을 두어야 한다. ◆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소액 다중채무자들은 앞으로 은행에서 신용으로 대출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과다 이용자, 저축은행 소액대출자 등과 같이 고금리 급전(急錢)대출을 끌어쓰는 고객은 연체 위험성이 높은 고객으로 분류된다"며 "이들에 대한 신용대출은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대출상품의 금리도 점차 다양해질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고객의 소액대출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고객 신용점수'를 매길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 박종인 부행장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크레딧뷰로)이 발달한 선진국에선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다양한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상품이 존재한다"며 "국내 소액대출시장도 고객층에 따라 점차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채무자 대응 요령 =채무자는 우선 대출한도 감축에 대비해야 한다. 소액대출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금융사들은 연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고객에게 갑작스러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장의 신용카드로 번갈아가며 카드 빚을 갚는 '돌려막기'도 삼가야 한다. 카드사들이 다중채무자에 대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할 경우 갑작스러운 '신용경색'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복환 은행연합회 신용정보팀장은 "현재 4장 이상의 카드로 2천만원 이상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수는 약 5만명으로 파악된다"며 "신용카드 돌려막기 사용자들은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에 대비, 점차 대출액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