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3일 "WEF의 세계화 이념에 맞춰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이날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만찬포럼에서 슈밥 회장은 "세계화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나가기 위해 지난 2월 한국대표부를 신설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행사엔 황두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이상철 KT사장,이덕훈 한빛은행장,허영섭 녹십자 회장,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최용권 삼환기업 회장,박영주 이건산업 회장,이재현 제일제당 회장 등 CEO(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슈밥 회장의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그동안 개최했던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아젠다"는 지속적인 성장 회복 세계 안전보장 및 안전취약성 극복 빈곤축소와 불평등 개선 가치공유와 차별성 존중 세계의 리더십 및 지배구조 재평가 기업들의 도전 과제 재정립 등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지속적인 세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사태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경제외적인 충격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일본과 중국 경제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아직 경기침체의 심각성과 거시경제적인 개혁 필요성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중국은 개혁 1단계를 마무리했지만 실업률을 낮추고 저개발지역을 골고루 발전시켜야 하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속적인 성장"이란 경제는 물론 사회.환경 차원의 지속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세계의 안전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 대량살상 무기와 마약문제,테러정권이 기승을 부리는 문제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각국의 민간 및 공공기관들이 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테러를 키우는 각국간의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다각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빈곤국가들의 부채 탕감이나 사회간접자본시설 구축 지원 등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빈곤국들이 투자환경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물이나 토지 등 부족자원에 대한 갈등이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다시 대두고 있는만큼 더 늦기 전에 대처해야 한다. 미국의 엔론사태는 기업지배구조 시스템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1999년부터 작년까지 주가의 과도한 상승을 뒤쫓는 애널리스트와 시장의 기대치에 떠밀려 엔론 CEO는 분기마다 그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 사외이사들은 권한이 부족한 탓에 사내이사들의 경영전횡과 오판을 견제할 수 없었다. 회계법인들은 컨설팅부문 계열사들이 감사 대상 기업들과 컨설팅 계약을 맺도록 허용해 도덕적 해이현상을 보였다. 엔론사태에 비춰볼 때 회계법인들은 경영층의 부적절한 경영행위가 자행된지 몇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과거 행위만을 들춰내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고,기업들의 자체 감시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각국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