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시장에도 봄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수도권 그린벨트해제 대상지역에서는 올들어 토지거래 허가 신청건수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배이상 늘었다. '주5일 근무제' 논의가 활발해지자 서울근교 전원주택지의 판매량도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몰린 돈이 토지시장으로 본격 이동하지 않은 상태여서 개발 가능성이 높은 땅으로만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땅을 사는 패턴도 바뀌었다. 철저히 위험을 회피하고 개발이 가능한 곳을 선별해서 사들인다. 이로 인해 땅값도 차별화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도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토지 등으로 순환매 양상을 보이게 된다"며 "요즘 토지를 사들이는 투자자는 선취매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토지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전국 각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우선 서울 근교에서는 전원주택이 인기다. 수도권에서 전원주택을 분양중인 그린홈넷,한우리DNC 관계자들은 올들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고양 하남 성남 시흥 등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지역에서는 올들어 토지거래 허가신청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제자유도시로 개발될 제주도에서는 과열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휴양형 주거단지로 개발될 예정인 예래동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 21일까지 모두 61건의 부동산이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건에 비해 두배이상 증가했다. 중문관광단지 2차 개발예정지인 중문 대포 색달 등 3개동의 부동산 거래건수도 61건에서 1백17건으로 늘었다. 법원 경매시장에 나온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해안도로변 땅은 53명의 경쟁자가 몰려 감정가보다 5배 가량 높은 5억9천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토지 투자설명회 재개=토지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의 투자설명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달 28일 '토지시장의 투자요령과 전략'을 주제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주로 아파트 상가 등에 대한 부동산투자설명회를 열어왔으나 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주제를 이쪽으로 돌렸다. 21세기컨설팅도 지난달 18일 '토지시장 회복 여부'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어 좋은 반응을 받았다. 건국컨설팅이 지난 1월 개최한 토지시장 투자전략 강연회는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 ◇묻지마 투자 사절=80년대말 토지투자 바람이 불땐 말그대로 '묻지마 투자'였다. 그러나 요즘 투자자들은 위험을 철저히 배제하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우선 개발가능성이 높은 곳만 사고 있다. 재료가 확실한 곳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같은 지역에서도 입지여건을 따져 개발 가능한 곳을 가려서 매입하고 있다. 도로에 접한 땅,전원주택 펜션 식당 여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땅 등을 선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사장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주변 지역의 땅은 손해볼 확률이 거의 없다"며 "요즘 투자자들은 이런 땅을 선점차원에서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땅값에도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고루 오르는 것이 아니라 호재를 가진 지역에서만 거래가 늘고 가격이 뛰고 있다. 공동투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금이 부족한 소액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투자에 나서는 것. 수천만원대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