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년만에 재개됨에 따라 타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FTA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일부 쟁점 농산물의 개방폭을 확대, FTA를 성사시키는 쪽으로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반발이 워낙 거세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21∼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칠레 FTA 고위급 회의'를 열고 농산물 시장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 정부 입장 =외교부와 재정경제부 등은 국가 신인도와 FTA 실익을 고려할 때 칠레의 농산물 개방 확대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칠레 FTA는 전세계로부터 한국의 통상 협상력을 평가받는 시험대"라며 "향후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 개발 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협상을 위해서도 정부의 정책조율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칠레 FTA에 따른 농업 피해를 우려해온 농림부도 기존의 완강한 개방 반대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분위기다. ◇ 전망 =정부는 지난해 칠레와의 교역에서 3억달러의 적자(수출 6억달러, 수입 9억달러)를 냈지만 FTA가 체결되면 2∼3년 안에 무역 역조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칠레보다 훨씬 앞서 디젤상용차 타이어 섬유 가전 화학 등 주력 수출품의 남미시장 교두보를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한.칠레 FTA가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한.칠레 FTA는 WTO 협상에서의 입지를 좁히고 농산물 수출국의 시장 개방 압력만을 초래하게 된다"며 "즉각 협상을 중단하고 다른 나라를 FTA 대상국으로 선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