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간 정책 조율이 삐그덕거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이후 당정간 협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개각을 앞두고 설익은 정책들을 남발하는 정부부처와 선거철 표심을 겨냥한 여당측 입장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 및 3D업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에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가 입장을 분명히했다. 고위 당직자는 "당론이었던 것을 무기한 유보,사실상 폐기된 방안을 노동부가 다시 들고 나왔다"고 비판한 뒤 "현행 연수생제도로도 충분히 정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수가를 놓고도 당정이 대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건강보험 수가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수가 10% 인하'' 방침을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과도한 수가 인상이 건보재정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원위치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게다가 의료계는 수가 인상을 위해 오는 27일 1만7천명이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의료대란''의 재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5일 근무제도 난제다. 당측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일임해 놓고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론만 되뇔 뿐이다. 노동부의 ''7월 부분시행'' 방침과 관련,당 정책 관계자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법률개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밖에 서울 용산기지안에 미군 아파트 건설을 허용할지 여부와 로토(Lotto)식 온라인연합복권의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당정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18일 고위당정조정회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이견을 해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